음식의 미래

63건의 관련기사

  • [음식의 미래]티라미수와 쌈장

    티라미수와 쌈장

    티라미수는 ‘미식천국’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디저트의 하나다. 티라미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끼얹은 과자 위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크림치즈를 올리고 코코아 가루를 뿌린 케이크다. 치즈와 코코아 가루가 만드는 대비가 세련된 데다 달콤 씁쓸한 이율배반적인 맛을 가졌다. 게다가 티라미수는 요리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도 필요 없다. 맛도 좋고 조리법도 쉬워 전 세계 이탈리아 레스토랑뿐 아니라 카페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티라미수의 티라는 ‘끌다’란 뜻의 동사 티라레(tirare)의 명령형이다. 미(mi)는 ‘나를’이라는 목적격 대명사, 수(su)는 ‘위에’란 의미의 전치사다. 타라미수를 의역하면 ‘나를 기분좋게 해라’쯤이다. 세계적 명성에 비해 티라미수의 역사는 짧다. 이탈리아에 최초 등장한 것은 1970년대 초쯤으로 추정된다. 원조 논쟁이 벌어졌지만 1971년 베니스 주변 소도시인 트레비소(Treviso)의 한 ...
  • [음식의 미래]간장게장 맛의 방정식

    간장게장 맛의 방정식

    곰삭은 향의 젓갈, 매력적인 신맛인 묵은지, 짭조름한 보리굴비. 우리 식탁의 대표적 ‘밥도둑’이다. 하지만 간장게장을 능가할 밥도둑은 없다. 특히 주황색 알(사실은 난소, 게가 진짜 알을 품은 7월은 금어기다) 품은 암꽃게로 담근 양념게장은 밥도둑을 넘어 유혹적이기까지 하다.바다향 품은 달큰한 꽃게살과 채소·과일맛 품은 간장의 상큼함이 이루는 맛의 중첩은 간장게장을 단순한 저장음식이 아니라 미식의 범주로까지 끌어올린다. 게장 맛의 원천은 감칠맛이다. 콩이 발효되면서 나오는 아미노산과 게살의 단백질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이 더해진 것이다. 발효의 노련미와 갑각류 살의 신선미 조화도 뛰어나다. 간장게장은 감각적인 주황색 알뿐 아니라 치밀한 맛의 방정식을 품고 있다. 그렇지만 어릴 적 나는 간장게장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간장의 쿰쿰한 발효향과 게의 비린내 탓이었다. 대신 매콤달콤한 양념게장은 먹을 수 있었다. 매콤한 양념이 게의 비린내를 없애준 덕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사...
  • [음식의 미래]도쿄 장어덮밥과 연탄불고기

    도쿄 장어덮밥과 연탄불고기

    흔히 명품관을 백화점의 얼굴로 여긴다. 하지만 백화점 입장에서 트렌드에 민감한 고객의 관심을 유도하기에 식음료 매장만 한 것이 없다. 지역별 구매력을 감안하면 전국 모든 백화점에 해외 명품 매장이 입점하긴 어렵다. F&B 매장은 이런 점에서 명품 매장보다 효율적이다. 게다가 백화점 식품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핵심 콘텐츠인 트렌디한 음식을 취급한다. 입소문을 타면 사람이 몰려 식품관은 물론 백화점 전체 매출을 끌어올린다.실제 올해 2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디저트 매장인 ‘스위트 파크’를 선보인 신세계 서울 강남점은 오픈 뒤 5월까지 석 달간 누적 인원 350만명이 방문했다. 식품관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60%, 백화점 전체 매출은 20% 증가했다. 백화점 식품관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백화점 식품관에는 트렌드 주도 업소나 전국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쌓아온 검증된 곳이 들어온다. 명확한 음식 콘셉트에 음식의 디스플레이가 SN...
  • [음식의 미래]마라탕·탕후루가 떡볶이에 큰절하는 까닭

    마라탕·탕후루가 떡볶이에 큰절하는 까닭

    우리나라 소비자는 까다롭다. 유행에 민감하며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전파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이 무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와이파이와 SNS 강국이다. 대한민국이 패션, 영화, 자동차, 정보기술(IT) 제품의 유행을 미리 점검하는 세계적 테스트베드로 떠오른 까닭이다.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그런데 음식은 수천년간 지역의 기후와 식생에 최적화된, 집단지성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어떤 지역은 밀로, 어떤 지역은 쌀로 탄수화물을 얻고 어떤 지역은 치즈로, 어떤 지역은 발효 생선으로 단백질을 얻는다. 그래서 음식은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공동체 문화의 정수로 불린다. 또 오랜 테스트를 거친 안전한 먹거리라는 의미도 있다.그러나 우리나라 음식 유행 주기는 지나치게 짧다. 올해 초 들불 같던 탕후루 인기가 시들해지자 두바이 초콜릿이 떴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릭 요거트가 유행이다. 그사이 땅콩버터, 마이크로 케이크...
  • [음식의 미래]파스타에 한식의 길을 묻다

    파스타에 한식의 길을 묻다

    지난 16일 나는 서울 강남의 한 식품기업에서 열린 이탈리아 파스타 기업의 ‘2024년 아시아·태평양 경연대회’ 한국 최종 예선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4월에 시작한 이 대회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싱가포르,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8개국에서 현직 셰프 대상으로 국가별 예선을 진행했다. 각국 예선 우승자는 오는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결선을 치른다.한국 결선에 올라온 셰프 6명의 경력은 화려했다. 대부분 미국과 이탈리아 등에서 유학한 현직 셰프였다. 요리경연대회 다수 수상자도 있었다. 경연 시간은 45분. 파스타를 요리하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2명이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한 명은 분자요리로 레몬과 홍합 캐비어를 만들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다른 셰프는 갑오징어 살로 조갯살을 감싼 계란을 만들었다. 아이디어가 좋았지만 시간이 아쉬웠다.유력한 우승 후보는 나폴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셰프였다. 그는 훈제 굴을 올린 어란 파스타를 선보였다. 한여...
  • [음식의 미래]완숙 토마토 여름

    완숙 토마토 여름

    ‘로튼 토마토’란 웹사이트가 있다. 영화에 대한 비평과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1998년 설립됐다. 사이트 이름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다 실망스러우면 ‘썩은 토마토’를 던졌던 예전 관습에서 따왔다.원래 토마토는 잘 썩는다.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기도 하지만 딴 뒤에도 계속해 숙성되는 후숙과일인 까닭도 있다. 후숙과일은 과체가 최대로 커지면서 호흡량이 급증한다. 호흡량 증가란 ‘숙성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후숙과일이 토마토를 비롯해 사과, 배, 감, 바나나 등이다. 급히 숙성된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면 급히 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토마토는 50~60% 정도 익은 녹색 상태로 유통된다. 이 녹색 토마토는 5~7일이 지나면 빨갛게 된다. 하지만 토마토는 80% 이상 익은 완숙 토마토가 가장 맛나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 시스템에서는 완숙 토마토를 유통하기가 쉽지 않다. 딴 뒤에도 숙성되기 때문에 완숙 토마토는 새벽에 따서 당일 오후나 늦어도 다음날 오전...
  • [음식의 미래]식탁의 뉴노멀, ‘금값’ 농수산물

    식탁의 뉴노멀, ‘금값’ 농수산물

    ‘토마토, 배추, 사과, 귤, 양배추, 김.’작년 7월부터 올해 5월 현재까지 가격 변동폭이 컸던 농수산물들이다. 재배 기술이 발달한 요즘 농수산물의 가격이 출렁이는 것은 대부분 이상기후 때문이다.작년 7월 말까지 지속된 장마로 서울 근교 채소 농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토마토는 그중 하나였다. 생활협동조합의 완숙 토마토와 채소로 아침을 해결해온 나는 9월 초까지 대체품을 못 찾아 고생했다. 토마토와 채소가 아예 매대에 없는 날도 많았다. 작년 장마는 일평균 강수량 역대 1위, 누적 강수량 역대 3위 기록을 남겼다. 서울에는 20일 내내 비가 쏟아지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최악의 장마였다. 10월에는 고랭지 배추 작황 악화로 배추값이 뛰기 시작했다. 고랭지 배추는 한여름에도 기온이 26도 이상 오르지 않는 강원도 산간지역에서 주로 재배한다. 그런데 작년 여름 강원도 산간까지 덮친 폭염 탓에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았다. 고랭지 배추는 이미 2022년에 가을 이상저온...
  • [음식의 미래]‘과일사막’을 막자

    ‘과일사막’을 막자

    낮에 한여름같이 더운 4~5월에도 귤이 나온다. 청로다. 만생종인 이 귤은 당도가 15브릭스 정도로 높다. 적절한 산도도 있어 입안에서 느끼는 균형감이 절묘하다. 균형감은 긴 여운으로 이어진다.나는 청로 같은 감귤류를 초겨울부터 5월까지 즐기려고 한다. 퇴근하고 바로 감귤류를 먹으면 낮 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씻겨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딸기와 사과 같은 당과 산이 조화로운 과일을 먹을 때도 비슷한 효능을 느낀다.그런데 며칠 전 청로를 아내 대신 직접 사서 귀가했는데 가격에 놀랐다. 2㎏에 2만3600원이었다. 작년에 1만5000원 정도 했던 데 견줘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과일값은 올 초부터 큰 폭으로 올라 사회적 이슈가 돼왔다. 오름 폭도 컸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슈가 된 탓도 있었다. ‘애플레이션’(사과를 뜻하는 애플+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민생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실제 우리나라 과일 가격 상승률이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이다....
  • [음식의 미래]메인 요리만큼이나 중요한 디저트

    메인 요리만큼이나 중요한 디저트

    플랑(Flan)의 맛이 궁금했다. 플랑은 ‘프랑스 국민 디저트’로 불리는 프랑스식 에그 타르트다. 타르트 반죽에 우유, 설탕, 바닐라빈 등을 넣은 계란혼합물을 채워 오븐에 굽는다. 포르투갈에서 시작한 에그 타르타가 프랑스로 전해지면서 프랑스식으로 변형된 것이다. 에그 타르트보다 훨씬 크고 충전물이 폭신하다. 평소 계란 노른자향이 강해 에그 타르타를 그다지 즐기지 않던 내가, 플랑을 사려고 서울 강남의 백화점 지하에 문을 연 ‘밀레앙’까지 찾아간 것은 순전히 호기심 때문이었다. 프랑스 파리 6구에 있는 빵집(블랑제리) 밀레앙은 한국인인 서용상 셰프가 운영한다. 그는 ‘디저트의 제국’ 프랑스에서 프랑스제과제빵협회가 1년에 한번 여는 2023년 플랑 대회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일요일 오전 밀레앙이 위치한 신세계 강남점 지하는 인산인해였다. 신세계가 지난달 중순 강남점에 문을 연 5300㎡(약 1600평) 규모의 43개 디...
  • [음식의 미래]아이스 커피와 마라탕

    아이스 커피와 마라탕

    나는 한겨울에도 냉커피를 마시는 ‘얼죽아’다. 차가운 것을 마시면 이가 시린 내가 왜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찾는 걸까?이유는 간단하다. 20년 넘게 한 기자 시절 거의 매일 커피를 5잔 이상 마셨다. 마감이 있는 날은 10잔까지 마셔본 것 같다. 둔필인 탓도 있지만 마감이라는 정신노동의 고단함을 떨쳐버릴 요량이었다. 심지어 커피를 사러 가기도 귀찮으면 사무실에 있는 믹스커피를 차가운 물에 타서 먹었다. 뜨거우면 마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었다. 찌는 듯한 한여름을 제외하고 나에게 아이스커피는 사실 ‘카페인 링거’였다.하지만 마흔이 넘어서 커피로도 씻어지지 않는 피로감이 몰려왔다. 피로감은 점차 무력감으로 변했고 이명 현상을 유발했다. 병원에 가보니 의사는 과한 커피 음용을 내 질병 원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커피를 끊거나 줄여야 한다고 했다.그렇지만 커피 없인 글뿐 아니라 단순한 일정 체크도 쉽지 않았다. 홍차나 녹차를 마셨지만 커피를 갈음하...
Today`s HOT
마이애미 비치에서 선보인 아트 전시회 폭스바겐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베이징 스피드 스케이팅 우승 나라, 네덜란드 팀 할리우드 섹션에서 인도주의자 상을 수상한 마리오 로페스
폭우로 인한 산사태 복구 상황 중국에서 홍콩으로 데뷔한 자이언트 판다 '안안'
크리스마스 모형과 불빛을 준비하는 도시의 풍경 추위도 잊게 만드는 풋볼 경기 팬들과 작업자들의 열정
훈련을 준비하는 프랑스 해군들 프랑스-나이지리아 회담 루마니아 국회의원 선거 그리스를 휩쓴 폭풍 '보라'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