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음식의 미래
  • 전체 기사 82
  • [음식의 미래]차돌박이 vs 스테이크
    차돌박이 vs 스테이크

    나는 요즘 차돌박이를 즐긴다. 구이는 물론 생고기도 즐긴다. 살짝 구워 비빔국수와 함께 먹기도 한다.차돌박이란 이름은 하얀 지방이 살코기 사이 차돌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는 모양에서 왔다. 차돌박이 지방은 결합조직과 근간지방으로 이루어져 단단하고 식감이 독특하다. 이런 식감과 기름진 고소한 맛에 반해 나는 차돌박이에 최근 입문했다.차돌박이는 전통적으로 수육으로 즐기던 부위다. 조선시대 조리서인 <시의전서>에 차돌박이가 붙어 있는 양지머리를 소고기 수육의 으뜸으로 꼽을 정도였다. 수육용 차돌박이가 구이로 변신한 것은 1960년대였다. 전쟁의 공포에서 한시름 놓은 사람들이 구운 소고기를 갈망했지만 당시 구이용 소고기는 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서울 용산에서 국밥을 팔던 가게들이 국물용 양지머리를 1.5㎜ 정도로 얇게 잘라 구이로 내기 시작했다. 고기를 얇게 썬 것은 기름기가 많은 차돌박이를 두껍게 썰어 구우면 질겨지는 탓이었다. 발상의 전환이었다. 연탄불에 즉...

    2026.05.03 19:55

  • [음식의 미래]깨달음의 맛, 쓴맛이 온다
    깨달음의 맛, 쓴맛이 온다

    이탈리아에도 산나물로 만드는 봄요리가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였다. 하루는 셰프가 곤드레나물 비슷하게 잎끝이 삐죽한 채소를 잔뜩 가져왔다. 셰프 농장에서 따온 야생 근대, 쐐기풀이었다.이 나물로 이탈리아 북부 전통 음식 ‘라바톤(rabaton)’을 만들었다. 라바톤은 ‘굴리다(rotolare)’라는 동사에서 파생됐다. 나물을 씻고 데쳐 반죽을 만드는 것은 한국 수제비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반죽 대부분은 나물인 점이 다르다. 또 파인 다이닝 요리인 만큼 모양이 정교하다. 지름 0.7㎝ 정도의 길고 매끈한 원기둥 형태다. 그래서 봄에는 매일같이 밤 12시까지 이탈리아 산나물 반죽을 굴리고 굴려야 했다.만드는 품에 견줘 조리법은 간단하다. 나물 막대를 7㎝ 정도 길이로 잘라 오븐에 구운 뒤, 1인당 4~5개씩 얹어 치즈 소스를 뿌려서 나간다. 채집 상태 그대로 나물을 먹는 우리나라 조리법과는 달라 나에게는 꽤 인상적인 이탈리아 전통 ...

    2026.04.05 20:06

  • [음식의 미래]봄동과 SNS 알고리즘
    봄동과 SNS 알고리즘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은 선명한 색상과 극단적인 질감을 우선으로 한다.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바이 쫀득 쿠키는 선정적인 보색 대비와 아삭거리는 소리를 강조했다. SNS와 짧은 동영상인 쇼츠에 올리기에 최적화된 음식이다. 인간의 미각보다는 휴대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염두에 둔 음식이다.대중이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할수록 SNS 알고리즘은 영양은 없고 특이한 질감만 강조하는 음식을 자동적으로 노출시켜 대중을 필터 버블에 빠지게 한다. ‘필터 버블’은 AI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검색 기록, 클릭 후 머문 시간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이 판단하기 전에 선호할 정보만을 자동으로 제공해 정보 편향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은 단순히 편향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계’의 상실도 의미한다.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의식뿐 아니라 인공감미료와 인공색소를 쓰지 않은 진짜 맛도 포함된다.이런 상황에서 최근 SNS에서 봄동의 유행은 의외다. 2008년 한 예능...

    2026.03.08 20:03

  • [음식의 미래]초콜릿도 스토리다
    초콜릿도 스토리다

    두바이는 초콜릿의 변방이었다. 초콜릿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중남미에서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다. 16세기 중남미를 정복한 스페인들은 처음엔 쓴 초콜릿을 “돼지나 먹을 음식”으로 폄하했지만 유럽으로 건너간 뒤 아몬드, 계피, 설탕을 넣는 레시피 덕에 초콜릿은 왕족과 귀족의 음료로 격상됐다.산업혁명 이후 네덜란드, 영국에서 초콜릿을 고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1876년 스위스의 유리 기술자였던 앙리 네슬레는 초콜릿에 자신이 개발한 분유를 섞어 밀크 초콜릿을 만들었다. 미국인 밀턴 허시는 1893년 기계로 밀크 초콜릿을 대량 생산했다. ‘신들의 음료’ ‘귀족의 음료’였던 초콜릿이 대중화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까지 한적한 시골 포구였던 두바이는 이런 초콜릿 역사와 접점이 없었다.그런 두바이가 지난해부터 초콜릿의 성지쯤으로 떠올랐다. 두바이 초콜릿 덕이다. 중동 전통 간식인 크나페(Knafeh)에 고급 벨기에 초콜릿을 덧씌운 간단한 레시피다...

    2026.02.01 20:01

  • [음식의 미래]언캐니 푸드를 경계한다
    언캐니 푸드를 경계한다

    얼마 전 집 근처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잘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SNS에 여러 차례 이 집 샌드위치 포스팅이 올라왔는데 꽤 근사해 보였다. 두 번 방문했지만 인산인해였다.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방문에는 아예 이 집 대표 메뉴를 포장해 왔다.집에 와 포장을 열어보니 일단 예뻤다. 갈색 빵과 샛노란 계란 그리고 빨간 잼이 이루는 색감이 예술이었다. 하지만 맛은 없었다. 계란은 너무 짰고 잼은 너무 달았다. 직접 구웠다는 빵은 바삭한 질감도 구수한 향도 없었다. 각 잡힌 모양을 위해 빵의 기본인 발효와 숙성 시간을 과도하게 통제한 것 같았다. 맛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더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빵인데 빵이 아닌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이런 감정을 심리학에서는 언캐니(uncanny)라고 한다. 영어로 ‘묘한’ ‘초자연적인’이란 뜻이다. 언캐니는 친숙해야 할 대상이나 상황이 갑자기 이질적이거나 섬뜩하게 느껴지는 심리적 경험을 말한다. 독일...

    2026.01.04 20:08

  • [음식의 미래]음식 트렌드 전망에서 배우는 가치소비
    음식 트렌드 전망에서 배우는 가치소비

    미국 최대 프리미엄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은 2026년 음식 트렌드에서 소기름(우지)의 유행을 점쳤다. 우지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물성 기름에 거의 퇴출되듯이 밀려났던 식재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아왔다.하지만 우지가 높은 발연점과 진한 풍미를 앞세워 귀환한다는 것이다. ‘코부터 꼬리까지’ 식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한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우지파동으로 사라졌던 우지라면이 다시 시판되기 시작했다. 예측하자마자 현실이 된 셈이다.홀푸드마켓은 생산자, 구매 담당자, 요리사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2016년부터 11년째 음식 트렌드를 예측해왔다. 이 가운데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최근 4년간의 전망을 살펴봤다. 2023년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가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했다고 선언한 때다. 인류가 다시 일상을 찾은 시기였다. 엔데믹 시대 4년 동안, 음식 트렌드 전망은 어...

    2025.12.04 22:13

  • [음식의 미래]트럼프와 햄버거
    트럼프와 햄버거

    음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의 한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시킨 햄버거가 그렇다.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을 통해 햄버거를 시킨 시간은 이날 오후 4시30분. 그는 이미 오후 2시39분 한·미 정상회담을 겸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새우, 전복, 관자 해산물 샐러드와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갈비찜이 메뉴였다. 회의는 오후 4시6분에 끝났다. 이어 그는 오후 6시30분 7개국 정상 초청 특별만찬에 참석했다. 만찬 메뉴는 영월 오골계, 트러플을 곁들인 만두, 경주 남산 송이버섯, 구룡포 광어, 지리산 캐비아 등이었다.그의 햄버거 주문은 디테일했다. 햄버거에 소스는 바르지 말고, 아메리카 치즈를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또 케첩을 많이 달라고 했다. 트러플, 캐비아 같은 산해진미를 먹는 와중에 그는 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를 시켰을까? 그것도 ‘아메리카 치즈와 케첩 듬뿍’이라는 특이한 주문을 덧붙여서.트럼프 대통령...

    2025.11.06 22:07

  • [음식의 미래]누굴까, 잡채에 처음 당면을 넣은 이는?
    누굴까, 잡채에 처음 당면을 넣은 이는?

    잡채는 화려한 색감과 다채로운 맛으로 명절 음식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잡채에 든 고기와 채소 덕도 있지만, 당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곡물의 전분을 굳혀 만든 당면은 그 자체로는 맛이 없다. 하지만 당면은 함께 무친 고기와 채소의 맛과 향이 스며든 데다 질감도 독특해 풍성한 입체감을 준다.그런데 원래 한국식 잡채에는 당면이 없었다. 17세기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잡채 레시피는 삶은 닭고기와 다양한 나물로만 이뤄진다. 1896년에 나온 <규곤요람>의 잡채에도 당면은 없다. 잡채에 당면을 넣기 시작한 때는 구한말. 한국에 건너온 중국인들이 요리를 푸짐하게 보이려고 녹말을 굳힌 당면을 음식에 넣었다. 당면은 1910~1920년대 평양, 사리원 등에 당면공장이 생기면서 대중화됐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도 중국 현지의 잡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식 부추잡채나 고추잡채에는 채소와 고기만 들어간다.잡채에 당면이 들어가던 시기인 19세기 말...

    2025.10.09 20:55

  • [음식의 미래]소금빵 가격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들
    소금빵 가격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들

    소금빵은 2003년 일본 시코쿠의 작은 어촌인 야와타하마의 한 빵집에서 출발했다. 이 지역은 유독 여름이 무더워 빵이 잘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짭짤하고 고소한 소금빵을 고안했다. 출시 뒤 3년 동안은 고전했다. 그러다 어시장 인부들이 짭짤한 소금빵을 즐겨 먹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하루에 소금빵이 600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결국 도쿄에만 2개의 지점을 낼 만큼 성공했다.일본 소금빵의 성공 비결은 뭘까? 나는 ‘비움’을 꼽는다. 소금빵은 모양이나 맛이 유럽의 크루아상과 닮았다. 그러나 소금빵은 래미네이션 과정이 없다. 래미네이션은 얇은 조각들을 정교하게 붙이는 공정을 뜻한다.크루아상은 재단한 버터를 반죽으로 감싸고 이 반죽을 접고 회전시키는 것을 반복해 여러 겹의 층을 만든다. 이 반죽으로 빵을 성형해 구우면 50~80겹의 종이보다 얇은 층이 생긴다. 그만큼 바삭하지만 품이 많이 든다. 반면 소금빵은 래미네이션 대신 개별 빵 반죽에 하나씩 작은 버터 ...

    2025.09.11 20:20

  • [음식의 미래]빵은 혁신이다
    빵은 혁신이다

    나는 10년 넘게 아침으로 빵을 먹고 있다. 내가 먹는 빵은 사워도와 치아바타 두 종류다.사워도(Sour dough)는 ‘시큼한 반죽’이란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발효 빵은 근대 이전까지 과일과 곡물로 만든 천연 발효종을 썼다. 모든 빵이 사워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1857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효모의 특성을 규명하며 상용화된 이스트가 등장했다.산업혁명 이후 빵은 공장에서 자동화로 대량생산됐다. 발효 역시 상용 이스트를 사용한 신속 발효로 대체됐다.그런데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예외였다. 1840년대 골드러시로 몰려든 사람들이 상업용 이스트를 구하지 못해 천연 발효종을 직접 만들어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다.1849년에는 프랑스 이민자인 이시도르 부댕(Isidore Boudin)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워도 전문 빵집을 열었다. 그는 상업용 효모 없이 물과 밀가루만 사용한 자연 발효법으로 빵을 만들었다. 176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집은 창업자...

    2025.08.14 21:27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