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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풀리즘’ 대 자살골 정치
“임기 중 기본주택 100만호를 포함한 250만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고 투기억제를 위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겠다.” “국토보유세에 반대하는 것은 악성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다.”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중과세를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국민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공시가격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앞의 두 이야기는 석 달 전과 한 달 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한 이야기이고, 뒤의 두 이야기는 최근 그가 한 이야기다. 한 달 만에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전두환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전두환이 학살은 했지만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전두환 찬양이라고 난도질하고 광주에서는 전두환의 비석을 밟고 난리를 치더니, 대구·경북에서는 전두환이 경제는 잘했다고 칭찬했다. 한마디로, 포퓰리즘을 넘어 표가 되면 무엇이든 하는 ‘표풀리즘’이다. 물론 선거에서 이기는 것, ‘악의 화신’ 국민의힘의 집권을 막... -
‘민주대연합’이라굽쇼
기이하다. 연이은 처가의 의혹과 1일 1실언 등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고 있다. 그만큼 부동산 실패와 조국 사태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586 등 ‘민주화운동세력’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깊다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촛불항쟁 5년 만에 국민의힘은 완전히 복권이 됐고 더불어민주당이 오히려 국민들에 의해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처럼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지자,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한국정치의 강시’가 다시 무덤에서 살아나고 있다. 그것은 국민의힘의 집권을 막기 위해 정의당 같은 진보세력을 포함한 ‘민주화세력’이 ‘자유주의적 개혁세력’의 휘하에 단결해 이재명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민주대연합론’과 후보단일화론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가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차악’이며 국민의힘의 집권이라는 ‘최악’을 막기 위해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양보를 해 ‘차악’을 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 후보가 이를 거부하자 급기야 ... -
김오랑, 강경대, 노태우, 이재명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느냐고 묻지 마라. 너를 위해 울리는 것이니.”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타계 소식에 존 던의 시가 생각났다. 그의 역사적 죄와는 별개로, 이 시처럼 그의 죽음에 같은 인간으로서 애도를 표하고 나자, 떠오른 것이 김오랑, 강경대, 이재명이다. 사법적 심판까지 받은 12·12군사반란 등에도 그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른다는 발표에 착잡한 심정으로 나는 김해의 한 초등학교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공수특전단 베레모를 쓴 군인의 흉상이 있다. 그는 이 학교 출신으로 12·12 당시 반란군에 저항했던 정병주 특전사령관 불법체포에 저항하다 사살당한 김오랑 중령이다. 충격에 실명한 부인이 비극적 죽음을 맞은 뒤 그는 명예회복도 되고 훈장도 받았다. 하지만 참군인의 상징으로 그의 동상을 모교인 육사에 세우려는 노력은 기득권세력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반란군의 핵심은 자칭 ‘촛불정부’에 의해 국가장의 예우를 받은 것이다. 주목할 것은 노태우에 대한 잘못된 ... -
강경화와 양경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거품이었다. 처가의 각종 의혹과 준비되지 않은 국정능력으로 그의 거품이 꺼질 만하자,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측근들이 연루된 대장동사건이 터졌다. 이어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의 아들 퇴직금 50억원이 터져 곽 의원이 사퇴하는 등 게이트는 국민의힘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데 갑자기 한 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강경화 전 외무부 장관이 유엔의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이다. 대장동과 대선은 많이 다루고 있고 나 역시 앞으로 쓸 기회가 있기 때문에 주제를 바꿨다. 강 전 장관의 출마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이어 또 한 명의 국제기구 책임자가 한국에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기쁘기보다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다. 우리 노동현실이 낙후해 ILO수장은 상상도 못해 봤기 때문이다. 뉴스를 보자 강 전 장관 얼굴에 한 얼굴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양경수로, 최근 구속된 민... -
이번엔 이뤄야 할 ‘사학법 시즌 2’
박근혜는 대통령으로서 무능 그 자체였다. 구조작업을 방치한 세월호 참사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그가 항상 무능했던 것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그는 야당지도자로서는 너무 ‘유능’했다. 특히 야당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퇴행적 정책들을 저지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던 현 집권세력보다 백배 ‘유능’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 대통령 탄핵을 시도한 역풍으로 초토화된 한나라당을 천막당사로 옮기는 뼈를 깎는 변신으로 살려냈고, 소수의석을 가지고도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꼭 중요한 개혁법안들을 줄줄이 좌초시켜버렸다. 구체적으로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인 152석, 민주노동당이 10석, 새천년민주당이 9석 등 진보개혁진영이 170석 이상을 차지하고 한나라당은 121석밖에 되지 않았지만,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국가보안법(보안법) 폐지를 저지했고 그나마 어렵게 통과시킨 사립학교법도 결국 투쟁을 통해 무력화시켰다. 유능이란 상대적인 것이어서, 박... -
지역주의가 아닌 승자독식이 문제
한국선거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세대, 그 뒤를 이념과 젊은층에서 부상하고 있는 젠더가 뒤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작년 총선에서 김부겸 총리 등 4년 전 대구에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멸한 것이 그 증거다. 작년 전국적 지지율이 높았던 이낙연 의원에게 역사적으로 백제, 호남이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는데 이 의원이 승리한다면 “이건 역사다”라고 이야기했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인터뷰 때문에, 때아닌 지역주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지사는 덕담을 지역주의로 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낙연 등 호남의원들은 백제 운운한 것 자체가 ‘지역주의 프레임’이며 겉으론 덕담이지만 내용은 ‘은폐된 호남불가론’이며 ‘전국적 확장성’을 들고 나온 것 역시 ‘호남불가론’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장애인’을 선의로 ‘장애우’라고 부르는 것이 차별이듯이, 이 지사는 선의였다고 생각되지만, 백제 운운한 것 자체가 지역주의와 호남의 역린을 ... -
윤석열 정치철학의 빛과 그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출마를 선언했다. 출마선언에 나타난 문재인 정부 비판은 과장되긴 했지만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학자로 관심이 가는 것은 그의 정치철학, 특히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다. 길지만 그의 말을 들어보자.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입니다. … 자유민주주의는 승자를 위한 것이고 그 이외의 사람은 도외시하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습니다. 인간은 본래 모두 평등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누가 누구를 지배할 수 없고 모든 개인의 자유가 보장돼야 합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나의 자유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자유와 존엄한 삶 역시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입니다.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한 것입니다.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 -
진보노인? 청년보수?
“요즘 젊은 것들은….” ‘청년들의 반란’인 이준석돌풍을 보고 있자, 문득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비판과 세대갈등의 가장 오래된 문건인 37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이 생각났다. 세대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 정치에서 세대갈등이 전면화된 것은 2002년 대선이다. 2030 ‘청년세대’는 노무현을, 5060 ‘노인세대’는 이회창을 지지했다. 주목할 것은 이들 간의 차이다. 출구조사를 보면, 2030과 5060은 별 차이가 없지만 유독 북한과 미국에 대한 인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냉전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탈냉전적이었다. 이를 보고 개인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탈냉전세대가 다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냉전적 보수세력은 점점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행히도 현실은 나의 예상을 배반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청년실업, 집값 폭등으로 ‘젊은층의 이탈’이 일어났고 2007년 대선에서 2030세대가 이명박을... -
해직교사와 비리정치인
“민주주의국가에서 국가 구성원의 모든 사회적 활동은 ‘정치’와 관련된다. …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의 보장이라는 위 조항(공무원과 초·중·고교 교원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인용자)의 입법목적을 고려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 자체가 다원적인 해석이 가능한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일치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 교원으로부터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되는 이상, 교원이 기본권 주체로서 정치적 자유권을 행사한다고 하여 교육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거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다. … 위 조항이 교원에 대하여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하는 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및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명백하거나 구체적이지 못한 반면, 그로 인하여 교원이 받게 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결사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민주적 의사 형성과정의... -
‘4·19탑’ 광화문에 새로 만들자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부단한 대화이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E H 카의 유명한 역사론이다. 역사를 과거 ‘사실’의 누적으로만 보는 실증주의와 ‘사실’을 무시하고 현재의 시각만 강조하는 사관주의를 모두 비판하는 말로 유명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외국을 가지 못하는 김에 한국현대사 답사를 하면서 이 말에 대해, 특히 ‘역사 기억하기’, 아니 ‘역사 만들기’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난’으로 취급받던 동학을 ‘혁명’으로 복권시킨 것은 역설적이게도 박정희다. 아버지가 동학접주였던 그는 집권초기 동학혁명기념탑을 건립했고 5·16이 “동학혁명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유신 다음해에는 동학군이 일본군에게 몰살당한 우금치에 위령탑을 세워주고 친필로 글씨까지 써줬다. 하지만 설립문에 유신이 ‘동학혁명의 순국정신’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써, 민주화 이후 민주인사들이 그 글씨를 파버렸다. 전두환도 광주학살로 집권한 뒤 농민군의 첫 승리지인 정읍 황토현에 전봉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