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제주에서 작은 포럼이 열렸다. 20년 전 서간집 <경계에서 말한다>를 함께 펴낸 한·일 양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조한혜정과 우에노 지즈코가 희수를 맞아 다시 뭉친 자리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오늘날의 페미니즘’ ‘돌봄 사회’ ‘나이듦과 죽음’ 등을 주제로 진행된 이틀간의 대담 내내 뚜렷한 차이를 드러냈다. 서로를 ‘혜정’ ‘지즈코’라고 다정히 부르면서도 두 사람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덕분에 관전하던 사람들도 꽤 쫄깃한 시간을 보냈고, 다들 장외에서 이 차이를 해석하고 토론하느라 ‘불타올랐다’.우선 지금의 페미니즘 정세와 관련해 우에노는 백래시를 영향력 확대의 방증으로 보면서 젊은 세대의 자립과 주권을 기반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에 희망을 걸었다. 반면 조한은 자기결정권 개념이 신자유주의적으로 전유되는 현실을 경계하면서 피해의식을 넘어선 연대와 협력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차이는 돌봄에서 드러났다. 우에노는 일본의 개호보험 ...
2025.12.04 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