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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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2024년 겨울, 전두환의 부활

    2024년 겨울, 전두환의 부활

    전두환은 1995년 12월부터 2년간 수감생활을 할 때 손녀에게 편지를 썼다. “할아버지는 ○○이가 태어나기 전 용감하고 정의로운 일을 했단다. 그런데 16년이 지난 지금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이의 생일도 축하해줄 수 없는 곳에 와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리면 싸우지 말고 할아버지는 나라가 어려울 때 최선을 다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해다오.”<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쓴 정아은 작가는 전두환에 대해 “오직 한 가지 방어기제만을 동원했다”고 분석했다. ‘부정’이다. 그는 12·12가 내란이라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구했다”고 했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용공 세력에 의한 폭동”이라고 했으며 추징금에 관한 비판을 받자 “네가 대신 내달라”고 조롱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두환을 닮았다. 그도 끊임없이 부정한다. 그는 “헌정 질서와 국헌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계엄을 선포했다고 했고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서겠다”고 하...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미완의 1980, 밝혀야 할 2024

    미완의 1980, 밝혀야 할 2024

    계엄령에 동원 젊은 장병들또 희생양이 될 뻔했다이 사태를 모의한 수뇌부에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정부 수립 이래 가장 길었던 계엄은 1979년 10월27일부터 440일간 지속된 비상계엄이다. 신군부 세력의 군사쿠데타로 시작된 계엄은 5·18이라는 비극을 불러왔다. 과거처럼 보였던 ‘역사’가 ‘현실’로 들어온 것은 지난 4월 44년 만에 5·18 당시 계엄군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를 취재하면서다. 여전히 일상에서 계엄의 시대를 지우지 못한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계엄군 여럿에게 강간을 당한 피해자는 아직도 계엄군이 입고 있던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그때 맡았던 술 냄새, 땀 냄새와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구토한다고 했다.1981년 해제됐던 계엄령이 2024년 다시 선포됐다. 스웨덴에서 열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시상식을 일주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은 광주의 상처를 들춰냈고 ‘친위쿠데타’나 다름없는 ‘비상계엄’...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성교육을 해달라고 민원합시다

    성교육을 해달라고 민원합시다

    애들은 ‘성적 존재’임을 부정당할 때다른 사람을 대상화하고 놀이 여겨포괄적 성교육, 위험 행동 줄여줘제대로 된 교육 이제 필요한 때얼마 전 아이가 긴장된 표정으로 유튜브 앱을 열어 휴대전화를 넘겨줬다. 이상한 영상을 봤는데 잘못한 거 같아서 엄마에게 말하고 싶다 했다. 화면엔 한 여성이 속옷만 입고 나와서 여러 가지 옷을 갈아입는 이른바 ‘룩북’ 영상 목록이 떴다. 당황스러웠다. 이런 영상은 어쩌다 초등학생에게까지 가 닿게 됐을까. 당황스러운 감정이 지나가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구독자와 조회 수가 상당한 채널 소유자에게도, 이 영상을 보며 환호하는 구독자들의 댓글에도, 유해 콘텐츠를 플랫폼이 다 막아낼 수 없지 않으냐는 체념 섞인 주장에도 화가 났다. 아이에게는 이런 영상의 문제점과 이런 영상이 만들어지게 되는 구조를 설명해줬다. 다시 같은 일이 있을 경우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외설적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그들의 용기에 국회는 응답하라

    그들의 용기에 국회는 응답하라

    5·18 때 성폭력 피해자들44년 지나 국회서 증언대회여전히 묻혀있는 과거의 고통이제는 정치와 사회가 답해야“1980년 5월 저는 열아홉 살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보았던 사실과 제 마음속에 진실로 꺼내고 싶지 않은 저의 과거를 증언하겠습니다.”44년이 걸렸다. 10대 소녀가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된 시간이다.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5·18 성폭력 피해자 자조모임 ‘열매’의 대표인 김복희씨는 ‘사실’과 ‘진실’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의 ‘피해 사실’은 다음과 같다. 김씨는 그해 5월22일 연인의 죽음을 목격한 뒤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구 전남도청에 갔다가 27일 새벽 연행됐다. 수사관들은 그의 옷과 속옷을 벗긴 채로 조사하며 뺨을 때렸다.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 화장실에 갔는데, 경비를 서던 군인이 따라 들어오더니 입을 막고 강간했다.‘마지막 사실’을 드러내는 데는 40년이 넘게 걸렸다. ‘진실’...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자궁의 불평등

    자궁의 불평등

    ‘원치 않은 임신’은 두려운 일이었다. 두 아이를 기르는 지금도 그렇다. ‘원치 않은 임신’은 자궁이 몸 안에 자리한다는 이유로 여성이 겪어야 하는 근원적 불안일지 모르겠다. 초경 때 엄마는 말했다. “몸을 잘 간수해야 해.” 13세 초등학생은 조심하지 않으면 임신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산술적으로 30년간 ‘원치 않은 임신’을 걱정하며 살아왔다면 과장일까. 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기간은 ‘딱 2년’이었다. 두 아이를 품었던 시간이다. 안전한 남자와 사회가 용인하는 결혼제도 안에서 임신을 계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돌아보면 자궁은 불평등의 근원이었다. 임신과 출산만큼 여성의 삶을 뒤흔드는 사건은 없다. 혼자 임신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안전한 임신 기간’에도 남편에게는 자궁이 없다는 사실에 가끔 당혹스럽게 화가 났다. 함께 아이를 낳기로 했지만 입덧도, 출산도 자궁이 있는 몸에서만 가능했다. 괴로운 건 혼자인데 부모는 함께 된다는 것이 불공평하다...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거울처럼 닮은 한국과 일본의 여성 기자들

    거울처럼 닮은 한국과 일본의 여성 기자들

    언론사 등 간부급 여성 비율 적어한국의 성별임금격차 OECD 최고가사·돌봄 노동 상시적 저평가도의사결정구조에 여성 배치 늘어야“일, 육아, 가사노동. 3가지 일을 함께 해낼 자신을 원하지 않습니까?” 일본의 한 제약사 음료 광고의 여성 모델 옆에 붙은 문구다. 남성 모델 옆의 문구는 다르다. “시대가 변하면 피로의 형태도 변하니까요.” 여성들을 위한 매체 ‘코먼스’를 창간한 일본 여성 기자들은 이 광고가 일본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여성을 1년 일찍 입학시키자는 국책연구원 보고서가 나오는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에? 똑같아, 똑같아요.” 지난 4일 일본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똑같다’는 맞장구가 나올 때마다 함께 웃었지만 뒤끝은 씁쓸했다. 여성이 3가지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 그런 압력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상황은 한국과 일본이 흡사했다.‘코먼스’를 ...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2004년 밀양 그리고 2024년 진주

    2004년 밀양 그리고 2024년 진주

    2004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에서 공주는 나직이 말한다.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피해자는 1년여 집단 강간 피해를 입고도 도망치듯 전학을 갔고 전학 간 학교에도 가해자들의 부모가 찾아와 다시 내몰렸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밀양 물을 흐렸다”며 피해자 탓을 했고 언론에 피해자 신상을 노출했다. 가해 고등학생 44명 중 제대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잊을 만하면 일부 유튜버들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본인들이 심판하겠다며 ‘사적제재’에 나선다. 피해자가 설 곳은 여전히 그 어디에도, 없다. 유튜브 계정주들의 돈벌이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겠다. 끊임없이 불거지는 ‘사적제재 논란’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은 처참한 결말이 현재는 얼마나 달라졌는지 묻고 있다 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질문은 ‘2004년 밀양과 2024년 진주는 얼마나 달라졌는가’다.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무기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유로 피해자는 ...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44년 만에 ‘피해자’에서 ‘증언자’로

    44년 만에 ‘피해자’에서 ‘증언자’로

    5·18 계엄군의 성폭력 피해40여년간 ‘2차 피해’로 고통첫 증언 후 다른 증언 이어져이제 나머지 숙제는 ‘우리 몫’당신 잘못이 아니었습니다“아따 참 오래 걸렸네요.”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이 진상규명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일부 계엄군이 자행한 강제추행·강간·성고문 등 피해 사건 중 16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조사를 위한 법적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 과거사 성폭력 사건의 종합적인 피해 실상을 규명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한 피해자는 위원회로부터 “국가가 당신의 피해가 사실이라 인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참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숨 푹 놓이고 가벼워진 기분이었어요. 위안부 할머니들 심정이 이해됐어요. 피해를 인정받고 사과받고 싶은 마음이었던 거예요.”이들이 국가로부터 피해를 인정받는 데는 43년이나 걸렸다. 1990년대만 해도 5·18민주화운동은 ‘폭도’에 의한 것...
  • [임아영의 레인보 Rainbow] 잠시 합계출산율 수치는 잊자

    잠시 합계출산율 수치는 잊자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EBS <다큐멘터리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인터뷰에 응한 미국의 한 교수가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 수치(0.78명)를 듣고 보인 반응이 인터넷 ‘밈(유행 게시물)’이 됐다. ‘저출생 공포’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은 내년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장래인구추계 전망을 내놓으며 두려움 하나를 더 얹었다. 그러나 더 무서운 통계들이 있다. 통계청 발표 하루 전 보건복지부는 고립·은둔 청년이 54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들 4명 중 3명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20세대의 사망 이유 1위가 자살이기도 하다. 지난해 자해·자살 시도자의 46%가 10~20대였다.세계 ‘꼴찌’ 출산율이라는 수치 반대편에는 자살률, 산재사망률, 성별 임금격차 모두 1위라는 통계가 거울처럼 서 있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2배나 높다. 산재사망률도 OECD 국가 ...
  • [임아영의 레인보] 형, 미스터 린턴 그리고 놈놈놈

    형, 미스터 린턴 그리고 놈놈놈

    원래는 이 정부의 굳건한 남성연대에 대해 쓰려고 했다. 우격다짐으로 방송을 장악하는 모양새 뒤에 숨어 있는 남성연대 그리고 그에 맞서 신당을 만들겠다는 또 다른 남성의 언어는 다른 측면에서 더욱 문제적이라고 쓰려고 했다. 시작은 박민 KBS 사장 당시 후보자의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였다. KBS 사장 자리를 제안한 인물이 이 위원장 아니냐는 질문에 박 후보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석에서 어떻게 부르느냐’는 질문에 “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했다.“왜 자꾸 서로 형이라 호칭하는지 모르겠어요.” 한 여성 취재원은 팀장을 ‘형’이라 칭하는 남성 동료들 앞에서 곤혹스럽다고 했다. 자신이 참석하지 못한 회식 자리에서 팀장과 동료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같이 밥 먹고 술 먹으며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굳건한 연대,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고 ‘형’이라는 호칭으로 대동단결하는 남성들의 네트워크에서 여성들은 겉돌거나 배제된다. 이동관 위원장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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