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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바보 만들기 교육
마침내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살아 있기를 얼마나 염원했던가. 그러나 단 한 명도 살려내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비참하고 고통스럽다. 바쁜 일상에 쫓겨 잊은 듯이 살다가도 언뜻언뜻 슬픔과 분노, 상실과 절망이 뒤범벅되어 금방 우울해진다. 아직도 칠흑 바다에 갇혀 있는 고귀한 생명들을 생각하면 연거푸 한숨만 나온다.도대체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단 한 명이라도 먼저 살려놓고 보자는 간절함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침몰 원인을 캐묻고 싶어도 뒤로 미루어왔을 것이다. 그 사이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온갖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상상하기도 끔찍한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배는 아직도 물밑에 가라앉아있다. 하루빨리 배를 끌어올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이러다가 진상규명도 제대로 못하고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에게 더 큰 죄를 짓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 -
돈보다 생명이 우선이다
교육의 달이자 가정의 달이라는 오월이다.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사회적 타살에 의해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오월처럼 환한 아이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운송 수익을 위해 사람의 안전보다 과적 화물을 채우고 선장조차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천민자본주의의 탐욕과 배의 안전마저 규제라고 선령 제한을 풀어준 정부, 관행처럼 실시해온 집단 규모의 수학여행, 아이들을 버리고 도망치듯 배를 빠져나온 선장과 선원들의 내팽개친 직업윤리가 처참한 심연의 죽음터로 아이들을 내몬 것이다.우리가 살아온 한국 사회의 추악하고 부끄러운 속내가 여지없이 드러난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할 것인가? 우선 더 이상 이런 참극이 벌어지지 않게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몸조차 가누기 어려운 유가족들은 자식을 가슴에 묻지도 못하고 합동분향소 앞에서 침묵시위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분들은 “단지 제 아이들이 하늘에서나마 활짝 웃을 수 있도록 사고 ... -
무슨 나라가, 무슨 정부가 이런가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을 비롯해 500명 가까운 국민들을 태운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침몰한 후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간다. 기적을 간절히 기원하면서도 울분을 억누를 길이 없어 나는 묻는다. “이게 나라인가?”데자뷰다. 4년 전 50명 가까운 젊은 군인들이 수장된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구조 장비와 기술의 한계를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서 학생들이, 국민들이 죽어가는데 탁도와 조류, 날씨를 탓하고 있다. 서해 바다가 흐리고 물살이 세다는 것, 날씨가 가변적이라는 것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인가? 서해훼리호 사건과 천안함 사건을 겪었는데도 국가의 재난관리 시스템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인명 구조 장비·인력 등이 나아졌다는 것도 느낄 수가 없다. 그때의 막막함과 절망감을 똑같이 다시 느끼고 있다. 무슨 나라가, 무슨 정부가 이런가?이 정부는 국민 안전을 우선으로 한다면서 이름까지 바꿔 ‘안전’행정부를 만들었다. 지역을 옮겨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기... -
‘행복한 교육공화국’ 남해
이제 완연한 봄입니다. 보물섬 남해에도 꽃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상주중학교 식구가 된 지 한 달이 지났네요. 봄꽃들이 피어나듯 저도 새로운 꿈과 상상력으로 가슴 설레는 나날입니다. 남해 상주는 전국의 3대 기도처로 소문난 금산 보리암이 있습니다. 암자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상주해수욕장 은모래가 펼쳐져 있고, 그 왼쪽 가장자리에 그림 같은 학교가 있습니다. 교실에까지 간간이 파도와 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천혜의 아름다운 ‘바다학교’입니다. 아침독서 시간이면 파도소리가 한 장씩 책을 넘깁니다. 1953년 상주고등공민학교로 인가받은 이후 60년이 넘은 사립학교입니다. 한창 많을 때는 400명도 넘는 학생들이 북적댔지만 지금은 50여명으로 줄어든 작은 학교입니다. 학생 수 60명 이하는 폐교 대상 학교로 관리되기 때문에 몇 년 전부터 학교의 존폐 문제로 지역사회와 동창회가 술렁대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학교를 되살려야 한다’는 게 상주면민들의 숙원사업입니다. 그렇습... -
학생자치 활성화에 ‘학생’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배부한 ‘2014년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계획’에서 학급 회의를 최소한 격주 단위로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2013년 조사한 서울학생행복지수에서 학생자치활동 항목이 가장 만족도가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이다. 학생자치활동을 위해 학교의 통상운영 예산의 2% 이상을 편성하게 하고, 학급회의 개최 횟수를 학교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 문서에는 작년에는 서울시 산하 학교에서 평균 10.9회의 학급회의가 있었다는 통계까지 친절하게 제시하고 있다.교육청 차원에서 이만큼 학생자치활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학생자치활동이 이러한 지침에 의해 실제로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먼저 학급회의를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자칫 회의를 열었다는 실적 채우기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중학교의 경우 교육과정 개편 없이 주 5일제가 전면화되면서... -
행복한 학교로 ‘함께 가자 우리’
“함께 가자 우리/ 토끼를 깨워서 함께 가는 거북이가 되어야 합니다.”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가 당신의 판화 그림에 덧붙인 글입니다. 지난 4년 동안 태봉고 체육관 외벽에 이 그림을 가로 4.5미터, 세로 5미터의 큰 걸개로 만들어 걸어놓았습니다. 태봉고가 지향하는 바를 한마디로 말해달라고 누가 묻는다면 이 걸개그림을 보여주며 “함께 가자 우리”라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그림을 학교 기념품 다포(茶布)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드린 것도 그래서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등만 하면 된다고 가르쳤던 근대 산업사회의 경쟁주의 교육관은 끝났습니다. 서로 손잡고 우정과 사랑이 꽃피는 협력과 상생의 철학이 등장했습니다.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는 성공 중심 교육관은 버려야 할 때입니다.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는 행복 중심 교육관을 붙잡을 때입니다.‘함께 가자 우리’ 걸개그림은 태풍으로 두 번이나 훼손되었습니다. 그때마다 새로 만들어 ... -
사립학교 교사의 인권
서울 구로의 한 사립고등학교 교사 4명이 2월 초 갑자기 중학교로 인사 발령이 났다. 이 학교는 자율형사립고인데 몇 년째 신입생 정원 미달로 인한 등록금 수입이 줄어들어 재정적으로 학교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년도 교원성과급도 지급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모두 최하등급을 받았다고 한다. 교무실 커피 예산도 끊고, 교사협의회비 예산을 삭감했다고도 한다. 급기야 교사의 인사에까지 그 영향이 미쳤다. 가장 약한 중학교 기간제 교사 4명에 대한 재계약 불가가 통보되었고, 고등학교의 고호봉 교사 4명의 중학교 전보를 통보한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는 학생등록금을 일반학교의 3배 정도 받는 대신 국가의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지만 중학교는 사립도 국민의 세금으로 교사 임금을 주고 있다. 그래서 고호봉 교사들의 중학교 전보로 고등학교의 예산 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과 함께 교사의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해주지 않은 일방적 전보에 대한 반발이 이어졌다. 최소한의 희망이나 선택도 존중받지 ... -
봄방학 하는 날
봄방학 하는 날인데도 선생님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오붓한 시간은 꿈도 꾸지 못하고 바쁜 하루가 지나갔다. 몇 년 만에 담임을 맡다보니 생활기록부, 출석상황부, 봉사활동기록부 등 아이들의 소중한 성장 과정을 적은 기록들을 마무리하는 일도 녹록지 않다. 생활기록부에 적은 학교폭력 관련 기재사항을 졸업과 함께 삭제하는 일까지 마무리하다보니 퇴근 시간보다 늦게 학교를 나섰다.2013년 한 해는 제야의 종소리로 막을 내렸지만 교사로서 한 해의 끝은 종업식과 졸업식을 마친 봄방학 날로 다가오게 된다. 버스에 오르니 우왕좌왕하면서 보낸 한 해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입학식 날 맑은 눈동자로 호기심 반, 두려움 반으로 바라보던 26명의 아이들은 종업식을 빨리 마쳐달라고 채근하는 말썽꾸러기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하면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종업식을 앞두고 학부모님들이 몇 분 찾아 오셨다. 한편에서는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마음 한 곳이 무거웠다. 지난해 3... -
서머힐, 자유와 존엄의 깃발
“어린이를 학교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학교를 맞춰야 한다.”“신경증에 걸린 한 사람의 학자를 배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사람의 행복한 청소부를 배출하는 편이 낫다.”영국 서머힐학교 설립자 알렉산더 닐이 한 말이다. ‘학생에게 학교를 맞추는 학교’는 행복한 학교임에 틀림없다. 거기에 어찌 학교폭력이 있겠는가. 어찌 학교 부적응이나 학교 중단 학생이 나오겠는가.“너는 왜 학교에 적응 못하는 거니?”“아닌데요. 학교가 제 몸에 맞지 않을 뿐인데요.”“너는 왜 학업을 중단하는 거니?” “아닙니다. 저는 학교를 중단하지 학업을 중단하는 게 아닌데요.”그렇다. 어른들의 관점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늘 이런 실수를 한다. 학교가 아이들의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히면서 “왜 너는 이 옷을 입지 않느냐”고 다그치고 윽박지르고 있다. 학교를 떠나면 학업이 끝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학업과 배움은 계속된다.... -
어느 교사의 1정 연수 이야기
지난달 30일 방배동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창의성을 키우는 미래인재 교육’이라는 특강으로 1급 정교사 연수가 시작되었다. 미래인재 교육의 핵심인 창의성 신장을 위해서는 약점보다는 강점을 찾아 긍정적 정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데 강의 중 ‘교육 중 휴대폰 사용을 자제해 주세요.’ 정도면 충분할 것을 ‘집어넣으세요. 퇴출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말투는 긍정적 정서 강화는커녕 교사를 어린애 취급하냐는 반감으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초등교사 연수에서는 시험 시작 전에 휴대폰을 강제로 걷었고, 몸이 좋지 않아 일찍 시험을 마치고 화장실에 가겠다는 여교사를 막아서 눈물을 쏟는 사건이 일어났다. 학생에게 그 중요하다는 수능시험 때도, 중간·기말고사 때도 화장실에 보내주는데 교사들에게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규정에 있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연수 내내 초등학생으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 교사는 쌓였던 설움과 분노가 뭉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