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기둥’ 4개 중 2개 뽑힌 베트남, ‘격랑’ 속으로

김서영 기자

차기 총비서 유력 후보 거론되던 후에 국회의장 부패 혐의 사임

5주 전엔 트엉 전 주석 물러나…정치 넘어 경제까지 악영향 우려

후에 전 국회의장 | 트엉 전 국가주석(왼쪽부터)

후에 전 국회의장 | 트엉 전 국가주석(왼쪽부터)

베트남 정치 권력을 떠받치는 주요 4인 중 2명이 약 5주 간격으로 사임하며 베트남 정계가 요동치고 있다.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닛케이아시아·AP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권력서열 4위 브엉 딘 후에 국회의장은 전날 부패 혐의로 사임했다. 베트남 공산당은 그의 구체적인 혐의를 밝히진 않았으나 조사에서 “후에가 당규를 위반했으며, 이로 인해 당과 국가, 그리고 자신의 명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퇴진 며칠 전 그의 보좌관이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 및 구금된 바 있다.

후에 의장의 사임은 보 반 트엉 전 국가주석이 물러난 지 약 5주 만이다. 지난달 트엉 전 주석 역시 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며 취임 1년 만에 사임해 최단기 국가주석이 됐다. 당시 공산당은 트엉 전 주석이 “당원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고 모범을 보이지 못했다. 부정적 여론을 야기하고 당과 국가와 자신의 명예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후에 전 의장은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총비서의 후계자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현재 공석인 국가주석과 차기 총비서로도 유력하게 꼽혔기 때문에 그의 사임은 큰 파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베트남 정치 권력을 떠받치는 ‘4개의 기둥’에 균열이 생기며 베트남이 자랑하던 정치적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집단지도체제를 표방하며 공산당 총비서,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권력을 나눠 갖는다. 이 중 반부패 단속을 거치며 지난해 응우옌 쑤언 푹 전 국가주석을 시작으로 1년 사이 3명이 사임했다. 후에 의장이 사임하며 기둥 4개 중 2개가 공석이 됐다. 정치국 18명 중에서도 현재 13명만 남았다. 싱가포르 유소프이삭연구소의 응우옌 칵 지앙 연구원은 “1년 만에 최고지도자 3명이 경질되며 안정성을 자랑하던 정치 환경이 극도의 불확실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쫑 총비서의 후계자로 꼽혔던) 후에의 몰락은 베트남의 승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AP에 밝혔다.

명분은 ‘부패 척결’이지만 실상은 정치적 파벌 싸움이라는 해석도 이어졌다. 81세로 고령인 쫑 총비서가 더 연임하기는 어려우므로, 그의 후계자 자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며 2026년 당대회를 앞두고 내부고발 등이 더욱 잦아졌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개발연구소의 이시즈카 후타바 연구원은 “현재 반부패 투쟁은 점점 더 파벌 싸움의 수단이 돼가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밝혔다.

베트남 경제의 향방에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통인 후에 의장이 물러나며 공산당 내부에 경제 전문가가 부족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최고 권력이 자주 교체되는 것 자체가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해외 기업 650곳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해외 기업이 베트남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안정성이 꼽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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