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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노조 자료로 학교서 ‘노동권’ 수업…영국 “시민권 발전 위해 필요”
“보통 30분이면 가능한 출근 시간이 두세 시간씩 걸리면 시간 허비와 불편으로 당연히 불만의 소리가 나오게 된다. 그런데 이 불평 사이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 ‘우리 이용자가 불편을 겪는다고 지하철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데 동의하면 언젠가 그 제한의 목소리가 바로 우리에게도 닥칠 것이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이 1995년에 발간한 에서 지하철 파업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태도를 전하고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노동자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국 사회와 달리 ‘관대’하다. 노동권이 시민권의 핵심적 내용으로 꼽히면서 공교육 차원에서 노동인권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한국 사회에 비해 강한 사회적 발언권을 갖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영국, “노동은 시민의 존재 방식이자 지위”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해 9월 펴낸 ‘노동인권교육 현황 및 발전 방안’ 보고서를 보면, 영국의 경우 교육 및 ... -
형·누나 ‘알바’해도 가족 수입 월 300만원…결국 “결혼·저축 포기”
“자, 5명씩 조를 짜 한 식구가 되는 거야. 식구끼리 모여 각자 역할을 정하고 한 달을 살아갈 생활비를 한번 짜보자.” 지난달 28일 광주 신창동 전남공업고등학교 1학년 1반 교실에선 왁자지껄 웃음이 쏟아졌다. 이 학교 임동헌 학생부장(42)이 ‘공업 일반’ 시간을 매주 2시간씩 할애해 진행하고 있는 ‘노동인권’ 수업 시간이다. 이날 주제는 ‘최저임금 밥상 차리기’.임 교사의 말이 떨어지자 아이들은 신나게 웃고 떠들며 사고 싶은 옷과 먹고 싶은 것들부터 손에 꼽기 시작했다. 일단 세금과 집세는 들어갈 것 같고, 인터넷과 게임을 하려면 통신비도 들어가야 할 테고…. 식비와 의류비는 넉넉하게 잡으면서도 공과금은 일주일 난방비도 안 나올 돈을 책정하기도 했다. 자기계발비가 너무 적어 가족당 외출을 한 달에 1~2번밖에 못할 명세서도 등장했다. 그래도 생활비는 꽤 나왔다. 634만원 정도는 준수한 편이었으며 1210만원이 나온 조도 있었다.■노동자에게 처우란?... -
(2) 노동교육, 초·중·고 수업 1만시간 중 고작 5시간뿐
한국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살인적인 학습량’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서 필수적인 노동교육은 정규 과정에서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현재 정규 교육 과정상의 노동교육은 극히 미미하다. 학생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노동문제에 대해 2~5시간 정도를 배울 뿐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정규 교과의 노동교육을 강화하기로 했지만 노동의 가치나 권리를 제대로 가르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고, 부족한 교육 내용조차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노동교육은 최대 5시간?초등학교 3학년부터 배우게 되는 초등 사회 교과서에서는 노동문제가 다뤄지지 않는다. 중학교 사회 과목에 처음으로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그러나 노동의 가치나 노동권이 아닌 실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실업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바람직한 노사관계’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게 해당 단원의 목표이다. 분량도 총 170시간 중 2시간 분량... -
외환위기 원인이 ‘과소비 탓’? 친기업·반노동 가르친 교과서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외환위기)로 우리 국민들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많은 기업들이 부도가 났으며, 많은 아버지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비정규직이 양산된 것도 이때부터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것도 이 시기부터이며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구직난에 허덕이는 현재의 20~30대들은 외환위기가 무엇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을까? 적어도 초등학교 시절엔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라고 이들은 배웠다. 2004년까지 사용된 초등 5-2 사회과 탐구 교과서 22쪽에는 외환위기의 원인에 대한 주부의 인터뷰가 나온다. “과소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고…”, “유명 상표의 옷만 샀고 외국 제품을 많이 사용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교사용 지도서는 ‘경제적 시련을 겪은 까닭’이 ‘국민들의 과소비’ 때문이라고 가르치도록 안내하고 있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나 ‘무분별한 기업 대출’ ... -
우리들의 일그러진 ‘노동’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일까요, 아닐까요?”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 배성호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노동자가 아닌 것 같다”에 2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임아영양(12)은 “굳이 부정적인 표현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숙제는 ‘부모님 손 그리기’(사진). 이도현군(12)은 엄마 손을 그린 뒤 이렇게 적었다. “손을 보면서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집안일과 직장일 때문에 힘들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부모님 손’을 그려온 학생들은 한결같이 부모의 일(노동)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22명의 반 학생 중 노동이 긍정적인 뜻이라고 답한 학생은 3명뿐이었다. 경향신문이 서울의 초등학생 1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이라는 말을 듣고 ‘힘듦’을 떠올린 학생이 53명(48.1%)... -
(1) “노동 생각하면 노예 떠올라…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
‘부모님은 노동자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서울 삼양초 6학년5반의 ‘노동인권 수업’은 “노동은 어떤 것일까”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옮겨갔다. 배성호 담임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육체노동’을 생각한다”며 질문을 던졌다. “교사는 노동자일까요”라는 물음에 강우진군(12)은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자유가 있는데 선생님은 교육부가 내린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니 노동자예요”라고 답했다.■최저임금? “처음 들어봤어요” “교과서에 없어요”수업은 노동의 좀 더 세밀한 영역까지 밀고 들어갔다. 배 교사는 “미국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파업하는 배우들을 응원한다는 말을 공개 석상에서 하기도 합니다. 메이저리그에는 노동조합도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은 들어봤나요”라고 묻자 한 학생이 대답했다. “처음 들어봤어요. 교과서에도 없잖아요.” 들어봤다는 한 학생은 “TV 광고에서 봤어요. 6050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1만원은 받아... -
앉아서 일하는 것 어떤가요?… “건방져 보인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배우는 초등 6-2 사회교과서 54쪽에는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계산원에 관한 두 가지의 그림(사진)이 실려 있다. 하나는 마트 계산원이 의자에 앉아서, 또 하나는 서서 계산을 하는 그림이다. 서 있는 마트 계산원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렇다면 앉아서 일하는 마트 계산원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 교사가 아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학생들 상당수가 “건방져 보인다” “예의 없어 보인다”고 답했다. ‘힘들게 일하는 계산원들을 위한 당연한 배려’와 같은 답을 예상했던 교사는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노동인권을 생각해보라는 취지로 삽입된 내용이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노동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 것이다. 해당 교사는 “‘건방져 보인다’는 답을 한 학생들 대부분이 지극히 모범적인 학생이어서 더 의외였다”며 “손님은 왕이라는 생각이 학생들에게 체화된 것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 노동자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 사회 전반의 문제 등이 결합된 것 ... -
“노동 생각하면 노예 떠올라···내 꿈은 노동자가 아니에요”
“우리 부모님은 노동자일까요, 아닐까요?” 지난 25일 오전 10시 서울 강북구 삼양초등학교 6학년 5반 교실. 배성호 담임교사가 반 아이들에게 물었다. “노동자가 아닌 것 같다”에 2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임아영양(12)은 “굳이 부정적인 표현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 숙제는 ‘부모님 손 그리기’(사진). 이도현군(12)은 엄마 손을 그린 뒤 이렇게 적었다. “손을 보면서 엄마가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집안일과 직장일 때문에 힘들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부모님 손’을 그려온 학생들은 한결같이 부모의 일(노동)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표시했지만 ‘노동’ ‘노동자’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22명의 반 학생 중 노동이 긍정적인 뜻이라고 답한 학생은 3명뿐이었다. 경향신문이 서울의 초등학생 11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이라는 말을 듣고 ‘힘듦’을 떠올린 학생이 53명(48.1%)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