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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같았던 요양병원…지역 돌봄 받으니 여기가 천국”
주치의 오고, 건강센터는 맞춤 케어몸·마음 치유되니 ‘사는 것 같아’요양병원·시설에 있는 노인들“가족들이 돌봐줄 여력이 안 돼서”60%가 비자발적으로 입소김경순씨(69·가명)는 8년 전 어느 날 아침 몸을 꼼짝달싹할 수 없었다. 뒤늦게 알았지만 고관절 탈구였다. 서울에 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이 있는 광주로 온 지 8개월 만에 일이 터졌다. 그 길로 요양병원 생활이 시작됐다. 김씨는 “처음에 치매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에 갔고 병원생활이 힘들어서 엄청 울기도 했는데 한 1~2년 지내니 적응이 됐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의 요양생활은 점점 길어졌다. 나가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돌아갈 집이 없다는 현실에 힘들어졌다. 환자 여러 명이 지내는 공동병실에서 생활하다보니 소음이 심해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듣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밤이 지속됐다. 나가고 싶었다. 만 65세부터 기초연금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퇴원 여부를 알... -
존중받지 못하는 돌봄노동, 질 낮은 간병으로 이어진다
간병·돌봄의 한 축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 필수직업’이라는 수식이 무색하게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처우 속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에 없어선 안될 필수노동자이자만 괜찮은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존중받지 못하는 노동환경은 간병의 질을 떨어뜨린다.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가 도입된지 13년. 요양시설에서 일하거나 이용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요양보호사 수는 50만명이 넘지만 처우 개선은 요원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도 장기요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기요양요원(요양보호사가 91% 차지)의 직업 만족도는 54.4%로 낮았다. 유형별로는 일에 대한 보람(75.8%), 직장 내 인간관계 및 직장문화(62.4%), 경력개발 및 승진 기회(22.9%), 임금 수준(35.0%) 순이었다. 처우개선이 필요한 사항 1순위는 임금수준 개선(45.4%)이었다. 법정수당과 휴게·근로시간 보장(18.3%), 수급자 가족 교육(9.5%), 장기요양... -
13만원 넘는 하루 간병비…청년 돌봄자들엔 ‘가장 큰 부담’
요양병원에서 뇌경색 치료 중인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인 김율씨(28)는 아버지의 생필품·간식을 구매하는 데 월 10만원가량을 지출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가 의료급여를 받아 의료비가 크진 않지만 아버지가 외래진료를 받아야 할 때면 목돈을 당겨 써야 한다. 김씨는 청년 대상 상담·음악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 코로나19로 일부 프로그램이 수개월째 잠정 중단돼 최근 수입은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세부터 장애인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A씨(39)는 2017년 4월 유통업계에서 일하다 교통사고가 나면서 허리 수술을 받고 2년6개월간 일을 할 수 없었다. 의료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채에 기댔고, 허리 디스크로 장애등급을 받은 어머니가 올해 초 재수술을 받으면서 빚은 4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물건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해 월 수입은 250만원가량이다. 어머니 수술비 카드값 150만원, 약값 10만~20만원, 사채 이... -
“하루 간병비 13만5000원”…가족·보호자의 삶을 옭아맸다
요양병원에서 뇌경색 치료 중인 아버지의 유일한 보호자인 김율씨(28)는 아버지의 간식비·생필품 구매를 위해 월 10만원 가량을 지출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가 의료급여를 받은 덕분에 의료비가 크진 않지만 아버지가 외래진료를 받아야 할 때면 목돈을 당겨 써야 한다. 김씨는 청년 대상 상담·음악 관련 커뮤니티를 운영하는데, 코로나19로 일부 프로그램은 수 개월째 잠정 중단돼 최근 수입은 월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9살부터 장애인 어머니를 홀로 돌보는 A씨(39)는 2017년 4월 유통업계에서 일하다 교통사고가 나면서 허리 수술을 받고 2년6개월간 일을 할 수 없었다. 의료비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사채에 기댔고, 허리 디스크로 장애 등급을 받은 어머니가 올해 초 재수술을 받으면서 빚은 4000만원까지 불어났다. 최근 영업직으로 일하면서 물건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해 월 수입은 250만원 가량이다. 어머니 수술비 카드 값 150만원, 약값 10만~20만원,... -
‘강도영 사건’이 드러낸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 아버지를 굶겨 죽음에 이르게 한 22세 청년 강도영씨(가명)는 검사와의 면담에서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날부터 ‘기약도 없이 아버지를 돌보며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 내용은 2심 판결문 증거기록에 실려 있다.강씨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이른바 ‘간병살인’이 일어난 데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다. 강씨 행위에 대한 법적·도덕적 판단과는 별개로, 그가 ‘간병돌봄으로 인한 위기’에 직면했으나 어떠한 공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했기 때문이다.보도와 1·2심 판결문을 종합하면 강씨 아버지는 지난해 9월 뇌출혈로 쓰러져 올 4월까지 병원·요양병원에서 수술·입원 치료를 받았다. 2000만원 상당의 병원비를 강씨 삼촌이 냈고, 강씨는 “더 이상 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워” 아버지를 퇴원시켰다. 강씨는 간간이 편의점 등에서 일했으나 휴대... -
“아버지의 보호자가 됐다…어른들은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질병 가진 가족 돌보는 청년들사회적 제도·지원 뒷받침 없어만 25세 미만 약 3만여명 추산열 다섯,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아버지의 ‘보호자’가 됐다. 정신 질환을 앓는 성인을 돌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는 몰랐다. 주변 어른들은 아무 것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집의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아버지가 딸에게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동안 사회는 그저 지켜만봤다.‘영 케어러’ 김율씨(28)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아버지의 보호자다. 이젠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이해한다. 아버지를 보호할 수 있을 만큼의 힘도 길렀다. 하지만 그는 더 어렵다고 했다. “전 보호자가 되는 법을 배운 적이 없고, 치료를 거부하는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어요. 입원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 지도 몰랐고, 어떤 지원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 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저는 ‘영 케어러’ 입니다”영 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