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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자가 면역·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기생충 활용 가능성 높아진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나라 기생충 질환의 향후 전망에 대해 간단히 필자의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나라에서는 1960~70년대까지 전 인구의 60~70%가 어떤 종류든 기생충을 한 가지 이상 가지고 있었으나 그 감염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특히, 장내 연충류 감염은 2022년 이후에는 전체 인구의 0.5~1.0% 정도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톡소포자충(현재 성인의 혈청검사 양성률 약 5%)을 비롯한 조직 내 원충류 감염을 모두 포함한다면 기생충 전체 감염률은 5~10% 정도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둘째, 회충과 편충 등 흙이 매개하는 기생충들은 큰 문제로 확대되기가 어려운 반면 간흡충(감염원 민물 생선), 장흡충(감염원 민물 생선 및 갯벌 생선 등), 톡소포자충(감염원 돼지고기), 원포자충(감염원 과채, 채소) 등 식품 매개성 기생충이 창궐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 이러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국민들의 식생활 습관의 변화, 특히 생식 ... -
⑪초식동물 간·담도에 기생하는 간질충…충체가 크고 두꺼워 인체 감염 땐 골치
간질충 이야기최근 서울 A병원에서 간에 농양(고름)을 일으킨 병원체로 간질(肝蛭·Fasciola hepatica) 또는 유사종인 거대간질(Fasciola gigantica)이 종종 진단되고 있다. 간질은 한글로만 쓰면 경련 발작을 일으키는 간질(癎疾·epilepsy, 뇌전증으로 바뀜)과 혼동되므로 필자는 기생충 간질의 일반명을 간질충(肝蛭蟲)이라 부를 것을 제안한다(학술적인 이름으로는 간질이 맞다).간질충은 대형 간디스토마의 하나로 소, 양, 염소와 같은 초식동물의 간이나 담도에 기생한다. 크기가 매우 크고(거대간질은 길이 5㎝ 또는 그 이상) 때로 사람 엄지손가락만큼 긴 것도 있을 정도인데, 소나 양을 도축할 때 간 조직을 잘 살펴보면 담도에 끼어 있는 충체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도 있다.간질충의 생활사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간질충의 충란은 소, 양, 염소 등의 대변을 통해 외계로 나온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환경에 오염되기도 하며 동물 분변 비료에 섞... -
⑩덜 익힌 동물의 간·처녑 등 먹으면 유충, 사람의 내장 뚫고 간·뇌 침범
육류 섭취 시 주의해야 할 개회충한국, 세계 양성률보다 높은 편안구염 등 보일 땐 치료 받아야날 것보다 익혀 섭취해야 예방인체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서 사람 회충의 중요성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동물의 회충, 예를 들어 개회충, 고양이회충, 고래회충, 바다표범회충, 물개회충 등의 중요성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얼마 전 국내 한 대학병원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호산구증가증을 보인 환자 81명에 대한 혈청을 분석한 결과 28명(34.6%)이 기생충(연충류)에 대한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고, 그중에서도 특히 18명(22.2%)은 개회충(Toxocara canis)에 대해 항체 양성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결과는 국내에 개회충 감염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분포하고 있음을 뜻하며 다양한 연구는 물론, 적절한 예방대책 수립이 필요함을 제시하고 있다.다행히 개회충에 감염된 사람들 중 많은 증례는 무증상으로 경과하고 일부만 임상증상을 나타... -
⑨‘연 2회 구충제’는 구시대적 관습…전문가 진단 따라 정확히 복용을
구충제 연 2회 복용 꼭 필요한 것인가?50~60년 전 국민 대부분이장내 기생충 있던 시절 방식현재 감염률 0.1~0.2% 그쳐구충제는 기생충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약물 중에서 특히 연충류(크기가 큰 기생충으로 선충류, 흡충류 및 조충류를 포함한다) 치료를 위한 것들을 말한다. 말라리아나 이질아메바, 가시아메바, 톡소포자충, 와포자충과 같은 원충류 치료 약물은 항원충제라 하여 별도로 취급한다. 이, 빈대, 벼룩을 퇴치하거나 옴진드기(옴) 감염 등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은 넓은 범위의 살충제에 속한다.우리 국민들은 과거에 정기적인 구충제 복용이라는 국민적 캠페인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도 1년에 두 번 구충제 복용이 필요한지 문의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누구나 1년에 두 번 구충제를 복용해야 할 상황은 이미 오래전(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에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합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구충... -
⑦이불에 오줌 싸고 갑자기 짜증 내는 아이 ○○ 때문이라고?
어린이를 노리는 ‘요충’2~13㎜의 선충, 대장에 기생집중력 저하·피부염 등 유발드물게 맹장염 일으키기도가정·유치원서 감염자 나오면구성원 전원 구충제 복용해야얼마 전 유치원과 유아원 원아들의 요충(蟯蟲) 감염에 대한 논문 한 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한국건강관리협회가 지난 12년 동안(2008~2019년) 전국 5개 광역도시와 9개 도에서 총 63만8354명(매년 약 5만명)의 유아 및 학령 전 아동(1~6세)을 대상으로, 항문도말법으로 요충 검사를 시행한 후 그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IMG02]결과에 따르면 요충란 양성률이 2008~2009년에 전국 평균 1.9%(1.8~2.0%)였던 것이 점차 감소하여 2019년에는 평균 0.6%로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조사 기간 동안 여자아이들에 비해 남자아이들의 양성률이 조금 더 높았다. 이 결과는 우리나라 학령 전 아동들의 요충 감염률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꾸준히 조금씩 감소하고... -
⑥대장 내시경에 자주 발견되는 ‘편충’…점막에 단단히 붙어 구충제에 강해
‘국민 기생충’의 귀환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크게 유행했던 이른바 토양매개성 장내 기생충(회충, 구충, 편충 등) 감염률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래회충, 물개회충, 바다표범회충, 참굴큰입흡충, 간질(肝蛭), 요코가와흡충 및 이형흡충류, 무구조충, 톡소포자충, 와포자충 등이 국지적 또는 산발적인 유행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그런데 크게 감소했던 회충이나 편충이 최근 건강검진센터에서 실시하는 위 또는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제법 자주 발견되고 있다. 특히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되는 편충은 우리 국민들에겐 오랜 동반자 격인 기생충이었는데 잠시 사라지는 듯했다가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편충은 암수가 따로 나누어져 있는 선충류의 하나로 성충의 길이가 3~5㎝에 달한다. 머리 부위가 가느다란 실 모양으로 되어 있고 대장 점막을 실로 누비듯 관통하여 대장 점막에 단단히 붙어 있다. 여러 종류의 구충제들이 ... -
⑤소고기로 감염된 ‘무구조충’과 달리 돼지가 옮기는 ‘유구조충’은 위험
최근 한 태국 남성의 배 속에서 18m짜리 기생충이 나왔다는 충격적인 뉴스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환자는 태국 북동부 지역의 농카이주에 사는 67세 남성으로 복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구충제를 주었고, 그 후 대변과 함께 배출된 충체의 길이는 무려 18m나 됐다. 무구조충이란 진단이 나왔고 덜 익힌 쇠고기를 섭취해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구조충 성충의 길이는 3~8m 정도가 보통인데, 길이가 18m에 달한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이다(가장 긴 것으로 판단된다).무구조충은 쇠고기 육회나 생고기를 자주 먹어서 걸리는 장내 조충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만~1만7000년 전 신석기시대에 농경사회가 형성되면서 농사일에 소를 활용하는 한편 소의 고기를 식용으로 섭취하며 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일한 종숙주인 사람의 배 속에서 자란 성충이 충란(알)을 낳게 되면 충란이 대변을 통해 외계로 나가고 소가 풀을 뜯어 먹을 때 ... -
④한국팀이 2011년 처음 발견한 장흡충, 덜 삶은 골뱅이 통한 감염 위험 높아
극구흡충류는 장흡충 중에서도 병원성이 매우 높은 종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환자(호르텐스극구흡충 감염자)가 발견되는데 한두 마리에게만 감염되어도 장 점막을 물어뜯는 충체 때문에 출혈이 생기고 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통증을 견디지 못한 감염자는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검사에서 점막을 물고 있는 충체가 발견되기도 한다.메콩극구흡충(Echinostoma mekongi)은 한국건강관리협회 국제협력팀이 2011년 5월 캄보디아의 메콩강 유역에서 세계 최초로 발견한 새로운 인체 기생 장흡충이다. 충체 발견 후 9년여에 걸친 심층 형태학적 및 유전학적 연구를 통해 신종으로 확정하여 2020년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였다. 캄보디아 다케오주와 크라체주의 메콩강변에 거주하는 주민으로부터 처음 충체를 검출하였고, 그 후 칸달주와 펄삿주에서도 감염 환자를 확인하였다.다케오주에서 기생충관리 국제협력사업을 전개하던 우리 팀은 지역 주민 1799명 중 32명(... -
③기생충 감염 땐 ‘백신 항체 생성’에 나쁜 영향 끼칠 수도
코로나19의 엄청난 유행이 인류 감염병의 흑역사를 새로 쓰는 것 같다. 지난 6일 현재 전 세계 221개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억8500만명에 달했고, 사망자가 400만명, 치사율이 2.16%로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확진자 수가 16만명을 돌파하였고 사망자는 2028명으로 치사율은 1.26%이다.다행히 다양한 종류의 백신이 빠른 시간에 개발되어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은 전 국민의 50~7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하였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고 있는 등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7월2일 현재 1954만명이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완료하여 약 29.6%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백신 접종이 조금 더 빨라지면 우리나라도 금년 내에 집단면역에 도달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게 될 것이다.그러나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여러 나라(개발도상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낮고 델타 변이주 등 변이 바이러스가... -
② 개 구충제로 암 치료?
2019년경 강아지 구충제로 말기 암을 치료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한 미국인의 소식이 지면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이 사실인가’ 궁금해하였고 실제로 국내에서 암환자에게 구충제를 사용한 일도 있는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소식은 믿을 만한 것이며 과학적 관찰 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다만, 몇 가지 확실히 이해하고 유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구충제 중에는 강아지 구충제로 알려진 펜벤다졸보다 사람의 구충제인 알벤다졸과 메벤다졸이 항암 치료에 더욱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들을 ‘벤즈이미다졸계’ 약물이라 부르는데 회충, 구충, 편충 등 장내 기생충의 미세관 기능을 차단함으로써 포도당 흡수와 전달을 못하게 한다. 결국 충체는 포도당을 먹지 못하여 영양결핍으로 굶어서 죽는다. 그런데 이 약물들은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세포, 특히 급속도로 분열하는 암세포에 대해서도 같은 작용을 일으켜 암세포를 굶어 죽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알벤다졸과 메벤다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