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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악수
올해는 ‘외교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진리를 확인시킨 극적인 장면들이 연출됐다.미국과 쿠바는 7월20일 양국 수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면서 1961년 국교 단절 후 이어져 온 적대적 관계를 외교적으로 청산했다. 미국의 대쿠바 금수조치 해제와 쿠바의 인권 논란은 여전하나 쿠바를 방문하는 미국 여행객이 증가하는 등 훈풍이 불고 있다. 쿠바로서는 만성적 위기에 처한 경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지난 9월 쿠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양국 관계개선에 “전 세계 화해의 모범이자 희망을 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상황이 개선되는 것을 전제로 내년 쿠바를 방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 그가 쿠바를 찾는다면 1928년 이후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다.7월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주요 6개국(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과 이란이 핵협상을 타결지었다. 2002년 이란 핵개발... -
(9) 민주주의
미얀마의 사회활동가 차우 산디(25·여)는 최근 법원에서 징역 6월형을 선고받았다. 페이스북에서 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을 모욕했다는 이유였다. 흘라잉이 새 군복을 입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리자 산디는 군복 색이 아웅산 수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사진)가 자주 입는 사롱(긴 천)의 색깔과 비슷하다며 “그렇게 수지를 좋아하면 사롱을 머리에 두르는 게 어떠냐”고 비꼬았다. BBC 등은 28일 “NLD의 압도적 승리로 내년 정권교체를 앞두고 있는 미얀마에서 이번 사건으로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불거졌다”고 전했다.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미얀마는 올해 역사적인 성취를 이뤄냈다. 11월8일 25년 만에 실시된 자유 총선에서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적 존재인 수지가 이끈 NLD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52년간의 군부독재 시대가 막을 내렸다. NLD는 상·하원 664석 중 390석을 차지했다. ‘투표는 공정하게 치러질 것인가’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을까... -
(8) 아웃사이더
올해 미국과 유럽 정치권의 핵심어는 ‘비주류(outsider)의 돌풍’이다. 미국 대선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사진)라는 비주류 후보가 각자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선전했고, 영국은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 강경한 좌파 제러미 코빈이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부동산 갑부 트럼프는 지난 6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줄곧 공화당 후보들 중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며 40년 가까이 무소속 의원 생활을 해온 샌더스는 민주당의 대세론자 힐러리 클린턴을 위협하며 민주당의 ‘좌클릭’을 이끌고 있다.미국 정치권의 비주류 바람은 기득권 정당 민주, 공화의 양당 구도하에서 워싱턴 정치가 몇 년째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예고된 현상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계급 사다리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중산층의 위기감과 불만이 제도권 정치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며 이들의 선전은 가속화됐다. 제3정당이 뿌리내리지 못한 미국 정치에서 기득... -
(7) 폭스바겐
도요타와 세계 1, 2위를 다투는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VW)은 올해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환경 규제를 피하기 위해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폭스바겐 게이트’로까지 확산됐기 때문이다.파문은 지난 9월 미 환경보호청(EPA)의 고발로 시작됐다. EPA는 폭스바겐에 2009년부터 6년간 미국에서 판매한 디젤차 48만여대의 리콜을 명령했다. 폭스바겐이 차량 검사 시 배기가스를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량을 속였다는 이유에서다. 조사를 맡은 웨스트버지니아대 연구팀은 주행 중에 기준치보다 10~40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을 내뿜는다고 밝혔다. 무려 180억달러(약 21조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의혹은 하루가 멀다 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폭스바겐은 미국 외에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한 디젤차 약 1100만대도 배출가스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문제 차량에는 폭스바겐 계열사인 아우디... -
(6) 재난
9명의 식구를 거느린 네팔인 투쿠 나라얀 타망(32)은 며칠 전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자신이 사는 산간마을 야르샤에서 소도시 브로르레까지 다녀와야 했다. 하루 종일 걷고 또 걸은 이유는 겨울 준비 때문이다.그는 얼마 전 정부와 구호단체가 나눠준 1만루피(약 11만원)를 쪼개 겨울옷 몇 벌을 샀다. 지금 그가 사는 곳은 텐트다. 원래 살던 집은 지난 4월25일 대지진으로 무너졌다. 은행에서 4000달러(약 468만원)를 빌려 지은 지 얼마 안된 새집이었다.그 돈을 갚기 위해 인도로 간 그는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에 바로 돌아왔다. 식구는 모두 무사했지만 남은 게 없었다. 아시아 뉴스전문매체 UCA뉴스는 지난 21일 “지금도 지진 피해지역의 8000가구가 텐트에서 살고 있다. 피해가 심한 신두팔촉 등 3곳의 주민 60%는 겨울 준비를 못했다”고 전했다. 진앙이 땅속 11㎞밖에 안된 지진은 강력했다. 수도 카트만두 계곡에 있는 많은 집이 무너졌고 시골... -
(5)위안화
중국은 올해 ‘위안화 굴기’를 바탕으로 국제금융질서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한편에선 고도 성장기에 축적된 민낯을 여실이 드러내면서 글로벌 경제불안의 진원지로 주목받았다. 중국 경제는 외화내빈의 한 해를 뒤로하고, 금융시장 개방을 확대하라는 대외 압력 속에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지난 6월 베이징에서는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정문 서명식이 열렸다. 영국과 한국 등 미국의 우방을 줄줄이 참여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브레턴우즈 체제에 도전장을 던졌다. 풍부한 외환보유액을 힘으로 아시아, 중동, 유럽을 잇는 신실크로드 구축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된 것은 중국엔 또 다른 쾌거였다.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에 이어 다섯번째 기축통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위안화의 SDR 편입을 계기로 세계 최... -
(4) 이상기온
며칠 전 미국 워싱턴, 뉴욕에는 때아닌 벚꽃이 피었다. 미국 주요 도시들 기온은 예년보다 10도 이상 높았다. 아프리카, 태평양 국가들은 흉년 때문에 기아 위기에 몰렸다. 동남아, 호주에서는 산불로 큰 피해를 봤다. 올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 탓이다. 이상 기온의 주요 원인은 ‘슈퍼 엘니뇨’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엘니뇨가 1982~1983년, 1997~1998년을 뛰어넘는 사상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엘니뇨는 적도 부근 바다 온도가 높아지고 적도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호주·동남아에서는 가뭄이, 미국과 중남미에서는 홍수가 발생한다. 급변하는 해수 온도와 대규모 대기 순환이 결합하면 예측불허의 태풍과 해일을 초래하기도 한다.AFP통신은 지난 21일 “스케이트, 눈싸움의 계절이 됐는데 지금 유럽에는 새가 울고 꽃이 핀다”고 전했다. 북유럽 핀란드, 스웨덴의 최근 기온은 10도를 넘었다. 겨울 평균 영하 6도인 ... -
(3) 디폴트
‘신들의 나라’는 ‘빚의 나라’가 돼버렸다. 인류 문명의 기원을 품은 그리스는 관광업만으로도 대대손손 돈 걱정 없이 살 것 같았지만 올해 내내 ‘부도위기’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경제가 허약해진 것은 물론 그리스의 잘못이지만 엄청난 부채의 늪에 빠진 것은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그리스 국민들은 1월 총선에서 긴축과 구조조정에 반기를 든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시리자(급진좌파연합)를 택했다. 만 40세 최연소 총리로 기록된 그에겐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리자는 151석 중 무려 149석(지지율 36.3%)을 얻어 정권을 차지했다.치프라스는 유럽연합(EU) 경제트로이카인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EU 집행부와 대립했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정책은 가혹하며 비현실적이고 그리스 경제를 당장 고사시킨다며 반발했다. 치프라스는 유로존의 맹점을... -
(2) 난민…쿠르디의 주검에 깜짝…‘관용’과 ‘증오’ 민낯 보인 유럽
지난 9월2일 빨간색 상의를 입은 어린 소년이 터키 보드룸의 해변에 얼굴을 파묻은 채 숨진 사진 한 장이 공개됐다. 소년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내전으로 찢긴 시리아의 고향 코바니를 떠나, 가족과 함께 작은 보트에 몸을 싣고 유럽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보트가 전복되면서 쿠르디와 엄마, 다섯 살 형의 여정도 끝이 났다.쿠르디는 죽었지만 그의 마지막 순간을 담은 사진은 유럽행 난민들의 절박한 실상을 호소했다. 그동안 난민들을 외면해 온 세계인의 양심도 일깨웠다. 올 한 해에만 약 100만명이 지중해를 건너는 등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난민이 유럽 땅을 밟았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발표한 자료에서 올해 95만여명의 난민이 유럽에 도착했고, 3695명이 지중해상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올해 쿠르디처럼 바다를 건너다 숨진 어린이들이 185명에 이른다고 전했다.난민 행렬이 이어지면서 인도적 대응을 촉구하는 ... -
(1) 파리…두 번의 테러, IS와의 전쟁
지난해 자칭 ‘칼리프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슬람국가(IS)는 올해 이라크와 시리아 바깥으로 영역을 넓혀 ‘테러의 세계화’를 이뤄냈다. 올 들어 튀니지와 쿠웨이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수차례 테러를 저지른 IS는 급기야 10월 말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폭파시켰다. 지난달 13일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기획해 130여명을 살해했다. 파리 동시다발 테러가 남긴 영향력은 2001년 미국 뉴욕 9·11테러에 버금간다. 프랑스 정치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거대한 충격파를 확산시키고 있다.이라크와 시리아 내부에서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IS는 파리 테러를 기점으로 유럽과 전 세계 안보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파리 테러의 전략을 “IS 지도부가 테러를 기획하고 무기와 자금을 제공해 전사들을 훈련시키면, ‘현장반장’이 행동대원을 조직해 테러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전 세계 어디에서든 동조자들을 규합해 대규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