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로운 측면공격 안 먹혀…벤투의 수 읽은 아드보카트

김대길 경향신문 해설위원

김대길의 리플레이

단조로운 측면공격 안 먹혀…벤투의 수 읽은 아드보카트

이라크는 전술적으로 승리했고, 우리는 전술적으로 실패했다.

예상했던 대로의 경기가 그대로 나왔다. 측면을 중요시하는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역시 사이드백을 많이 올려 지속적으로 측면을 두들겼다. 하지만 상대 밀집수비가 예측된 상황에서 측면 빌드업 외 다른 공격전술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상대가 분석하기 쉬운 전술을 그대로 들고나왔고, 딕 아드보카트 이라크 축구대표팀 감독 입장에서는 분석하기 쉬웠고, 따라서 수비하기도 편했을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측면을 봉쇄해 지속적으로 한국의 크로스 질을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스리백 수비 형태로 황의조를 고립시켰다. 측면이 봉쇄당했다면 중앙에서 황인범이나 이재성이 황의조를 이용해 중앙에서 좀 더 섬세한 움직임을 가져갔어야 한다. 실제로 이라크가 측면을 집중 봉쇄하면서 중앙 쪽은 약간의 여유가 생겼음에도 우리 미드필더들이 이 부분을 공략하지 못했다. 이라크는 이렇다 할 공격전술을 보여주지 못했어도 자신들이 준비한 대로 수비에 신경을 써 실점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이라크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다른 팀들도 이런 밀집수비로 한국을 상대할 텐데, 이것에 대비한 다양한 공격옵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팀 스피드를 순간적으로 끌어올려 상대 압박공간에 들어갔을 때 빨라져야 하는데 그게 계속해서 안 되고 있다.

깜짝 카드였던 송민규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공을 자신의 발밑에서 움직이는 것은 괜찮은데, 이라크가 측면을 집중 견제하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럴 경우 중앙으로 파고들어가 황의조와 콤비 플레이를 펼쳐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양쪽 풀백들을 공격적으로 운영했고, 이 과정에서 왼쪽의 손흥민은 수시로 중앙으로 파고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송민규는 그런 장면이 없었다. 중앙에서 황의조, 손흥민과 함께 순간적인 1 대 1 장면을 만들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대표팀과 꾸준히 호흡을 맞춰온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전술적으로 완벽히 녹아들지 못한 데다 2차 예선이 아닌 최종예선이라 긴장감이 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객관적으로 이라크를 이길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러나 2차 예선과 최종예선은 다르다.

우리가 아무리 점유율을 높여 일방적인 경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최종예선에 나선 팀들은 이것을 버틸 수가 있다. 이라크가 이 사실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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