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브라질이라는 독한 예방주사를 맞았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 전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과 함께 변화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1-5 패)에서 4-1-4-1 포메이션을 실험했다. 벤투 감독이 부임한 이래 공들였던 ‘빌드업’ 전술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에도 통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실패였다.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와 수비수 김영권(울산),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볼을 배급하는 후방 빌드업은 조금 더 숙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보다 수준이 높은 브라질의 강력한 압박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 위험 지역에서 공을 다루다 보니 한 번의 미스만 나와도 실점 위기가 연출됐다.
전반 25분 백승호(전북)가 우리 진영에서 공을 빼앗긴 것이나 후반 시작과 함께 김승규가 트래핑에 실수한 사이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에 휘청인 것이 대표적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이런 장면이 나온다면 16강 진출의 가능성도 날아간다.
벤투 감독이 준비한 후방 빌드업이 실패한 것은 수비 자체가 무너진 것도 원인이었다. 축구에서 수비는 오롯이 수비수들만의 몫이 아니다. 최전방 공격수인 황의조(보르도)부터 적극적인 압박을 펼쳐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중원이 버텨야 수비도 안정을 얻는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선 최전방부터 중원까지 밀려버리니 수비라인이 힘을 못 썼다. 수비수들이 공을 잡을 때 브라질 선수 3~4명이 압박하는 장면은 앞으로 우리가 보여줘야 할 플레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빌드업 축구를 살리고 싶다면 우리도 똑같이 상대를 적극적으로 압박해 수비의 안정을 찾아야 한다. 본선 첫 상대인 우루과이나 마지막 상대 포르투갈 모두 강력한 압박 플레이를 펼친다. 그렇다고 브라질전에서 얻은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반 31분 황의조의 동점골은 강한 상대라도 우리가 무너뜨릴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믿는다. 아직 본선까지 시간이 충분하고, 벤투호는 더 강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