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아웃” 외치면서도…나달의 ‘투혼’은 꺾이지 않았다

이정호 기자

정상적인 서브도 넣기 힘든 상태로

프리츠와 4시간20분 혈투 끝 승리

‘악동’ 키리오스와 윔블던 4강 격돌

라파엘 나달이 7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 테일러 프리츠와의 경기 중 숨을 고르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7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 테일러 프리츠와의 경기 중 숨을 고르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지독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은 승부욕이었다. 1세트를 내준 뒤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를 때까지만 해도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나달의 풋워크는 무거웠다. 경기 전부터 복근 쪽에 테이핑을 한 상태로 제한적인 움직임만 가능했다. 그러나 나달의 사전에 포기는 없었다.

나달은 7일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에서 테일러 프리츠(14위·미국)와 4시간20분이 넘는 혈투 끝에 3-2(3-6 7-5 3-6 7-5 7-6<10-4>)로 승리했다.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에서 역대 최다인 22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나달은 23번째 우승을 향한 큰 고비를 넘었다.

라파엘 나달이 7일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를 꺾은 뒤 주먹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라파엘 나달이 7일 윔블던 테니스 남자 단식 8강전에서 테일러 프리츠를 꺾은 뒤 주먹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기적같은 경기력이었다. 2세트 3-4에서 복근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른 나달은 이후에도 정상적인 플레이가 어려워 보였다. 나달은 거의 선 채로 서브를 넣었다. 서브 평균 시속은 40㎞ 넘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나달은 기권하지 않고 코트를 지켰다.

그런데 힘을 뺀 서브가 코트 구석구석을 향하며 오히려 프리츠를 더 곤경에 빠뜨렸다. 고집스럽게 프리츠의 백핸드로 향하는 톱스핀 포핸드는 날카로운 각도까지 더해져 상대를 괴롭했다. 3세트를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나달은 4세트를 가져와 기어코 균형을 맞췄다. 나달은 마지막 5세트 10점제 타이브레이크 승부로 접어들어서도 강한 집중력을 유지했다. 체력이 떨어진 프리츠를 몰아붙이면서 5-0의 리드를 잡아 사실상 승리를 예약했다.

영국 BBC는 “나달은 이날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했다. 투지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임을 상기시켰다”고 했다. 4강에 오른 나달은 윔블던에서 무려 12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통산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한 나달은 2019년 이후 세 시즌 만에 4강에 진출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달은 부상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발 부상으로 US오픈을 포기했고, 호주오픈 우승 직후에는 왼쪽 갈비뼈 골절로 6주를 쉬었다. 프랑스오픈 우승 때는 왼발 통증으로 진통제 투혼을 펼쳤다. 왼발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윔블던에 나선 나달은 복근 부상까지 안았다. 나달은 “부상이 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최악이었다. 통증이 더 커졌다”며 “(하루 휴식 뒤)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달의 4강 상대는 ‘코트의 악동’ 닉 키리오스(40위·호주)다. 키리오스는 크리스티안 가린(43위·칠레)을 3-0(6-4 6-3 7-6<7-5>)으로 이기고 4강에 올랐다. 2013년 프로에 입문한 키리오스가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달은 “키리오스는 뛰어난 선수인데, 특히 잔디코트에서 더 뛰어나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100%의 몸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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