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ABM탈퇴 ‘의미심장한 침묵’

미국이 12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의사를 확정적으로 밝힘에 따라 러시아의 반응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72년 미국과 ABM협정을 체결한 러시아는 올초부터 일관되게 협정유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방침이 알려진 이날 크렘린궁은 ‘의미심장한 침묵’으로 일관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일각에서는 미·러간에 이미 암묵적 동의가 있었으며, 러시아는 미국의 ABM협정 탈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전략적 밑그림을 계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러시아 총리는 “미국의 탈퇴로 러시아의 방위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한 게 아니라 전략적 안정을 위해 협정 고수를 원했던 것”이라면서 원칙적인 유감을 표명하는 데 그쳤다고 러시아 TV6가 이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제헌8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ABM협정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드미트리 로고진 국가두마(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에코 모스크바 라디오와의 회견에서 러시아의 복안을 일부 털어놨을 뿐이다.

로고진 위원장은 러시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의 탄두수를 제한한 1, 2단계 전략무기감축협상(START)의 족쇄에서 풀려나 다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적 ABM협정 탈퇴에 맞설 계획을 수립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부족한 국방예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와 관련, 당장은 남부 국경지역의 안정을 도모할 신속대응군의 창설에 주안점이 두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와의 전쟁 분위기에 편승한 미국의 ABM협정 탈퇴는 결국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불만을 남긴 채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진호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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