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총기 규제, 1분도 지체 못한다”지만…상원의 벽 여전

윤기은 기자

잇단 참사에 규제 목소리

언제까지 이 비극이 되풀이돼야 하나 총격사건으로 10명이 사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의 식료품점 앞에서 23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볼더 | 로이터연합뉴스

언제까지 이 비극이 되풀이돼야 하나 총격사건으로 10명이 사망한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시의 식료품점 앞에서 23일(현지시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부둥켜안고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볼더 | 로이터연합뉴스

경찰, 콜로라도 사건 시리아 출신 용의자 1급 살인 혐의 기소
바이든, 법안과 별도로 의결 필요없는 행정명령 발동 검토
공화당 반대·총기협회 로비에 규제안 상원 통과 매번 좌절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르자 미국에서 다시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총기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총기 참사 때마다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매번 상원에서 좌절됐던 총기 규제가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콜로라도주 볼더 경찰은 23일(현지시간) 식료품점에서 전날 총기를 난사해 경찰 포함 10명을 숨지게 한 사건의 용의자는 시리아 출신의 이민자 아흐마드 알 알라위 알리사(21)라고 밝혔다. 알리사는 8명이 숨진 애틀랜타 마사지숍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지난 16일 AR-556 반자동 권총을 구매해 총격을 사전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사 가족은 그가 피해망상을 포함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CNN에 말했다. 경찰은 그를 10건의 1급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총기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을 즉각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앞으로 생명을 구하는 상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한 시간은 물론 단 일 분도 지체할 수 없다”며 상·하원이 행동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그는 “총기는 당파가 아니라 미국 전체를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파크랜드고교 총격 사건 3주기였던 지난달 14일 의회에 총기 판매 시 신원조회 의무화, 공격용 총기와 고성능 탄창 금지, 총기 제조자 책임 강화 등 규제 도입을 요구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민주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한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 법안의 상원 통과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찰스턴 구멍’을 포함해 신원조회 시스템의 구멍들을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찰스턴 구멍은 총기 판매업자가 연방수사국(FBI)에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의뢰한 후 사흘이 지나도록 회신을 받지 못하면 자유롭게 총기를 팔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말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총기 사건을 막기 위해 의회 의결이 필요 없는 몇 가지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회의 법 통과 이전에 정부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조치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총기 규제, 1분도 지체 못한다”지만…상원의 벽 여전

총기 규제 입법이 성사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미국에서 대형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총기 규제 운동에 불이 붙었지만, 총기 규제 법안은 매번 의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년 플로리다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이 숨졌고, 이듬해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하루 간격으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30여명이 숨졌을 당시에도 총기 규제 법안은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에서 부결됐다. 당장 며칠 전 하원을 통과한 규제법안의 상원 통과도 장담하기 어렵다.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려면 6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양분한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과거의 상원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토론을 제안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양당 간에는 총기 규제에 대한 철학적 차이가 뿌리 깊다”며 총격범들의 정신적 문제를 제기했다.

총기 규제에 실패하는 이유는 복잡하다. 역사적으로 미국인들은 각종 범죄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기를 보유해왔다. 수정헌법 2조는 총기 소유를 침해할 수 없는 국민의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총기 규제 반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미국총기협회(NRA)가 막대한 자금을 대며 로비를 벌이는 점도 총기 규제가 지지부진해진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와 오하이오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직후 “총기 구매자에 대한 광범위한 신원조회를 승인할 수 있다”고 했지만, NRA 측과 면담한 후 “방아쇠를 당기는 건 사람이지 총이 아니다”라며 돌연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는 미국에서 총기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18년 중 가장 많았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미국 시민단체 총기폭력아카이브는 2020년 미국 총기 사고 사망자는 1만9380명으로 전년에 비해 3939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지난해 11월 미국 시민의 57%가 총기 규제 강화 법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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