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항공표값…‘값싼 플랫폼’ 막 내리나

이효상 기자

우버 이용료, 작년보다 40% 인상…에어비앤비도 35% 올려

경쟁자 도태로 초기 ‘저가 출혈 경쟁’서 벗어나 ‘제값 받기’

가격 정상화가 기업 이익으로만 연결…노동자 소외될 수도

미국에서 우버·에어비앤비 등 플랫폼업체들이 속속 요금을 인상하고 있다. 코로나19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노동자 부족으로 요금을 인상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흐름의 요금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벌였던 디지털 기업의 저가 출혈경쟁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이익 극대화로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드의 모빌리티 벤처 부문 부사장인 서니 마드라는 지난달 말 트위터에 “뉴욕 중심부에서 존 F 케네디 공항까지 가면서 우버에 낸 비용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비행기 티켓값만큼이나 됐다”고 말했다. 승차 공유 플랫폼기업인 우버와 그 경쟁사인 리프트는 지난달 말 뉴욕타임스에 미국에서 승차 공유 이용료가 인상됐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드라이버 숫자가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는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를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 이용료를 인상했다는 것이다.

요금은 적잖이 올랐다. 시장분석업체 라쿠텐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우버와 리프트의 평균 이용료는 4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다른 분야의 플랫폼업체도 이용료를 올리고 있다. 음식배달 플랫폼인 도어대시와 그럽허브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리면서도 꾸준히 요금을 인상했다. 숙박 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도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숙박요금이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사업이 궤도에 오른 플랫폼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사업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디지털 기반 플랫폼기업들은 사업 초기에 고객 확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저가 출혈경쟁을 벌였다. 손실은 투자자들의 막대한 투자금으로 메웠다. 투자금이 바닥나 파산한 기업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경쟁자를 도태시키는 이 같은 저가 경쟁은 ‘약탈적 가격’이라 불리기도 했다. 경쟁자가 모두 사라지면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며 가격을 크게 올릴 수 있다는 비판도 계속됐다. 이것이 현실화될지 모른다. 실제 지난 8년간 적자를 거듭했던 우버와 경쟁사 리프트는 올해 공히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기술분야 칼럼니스트 케빈 루스는 8일(현지시간) “2012년부터 2020년 초까지의 기간을 밀레니얼 세대 라이프스타일에 보조금이 지급되던 황금기로 볼 수 있다”며 “이용자들은 이제 처음으로 자신들의 생활 습관이 실제로는 사치스러운 소비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다”고 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노동력을 값싸게 이용해온 서비스의 가격이 정상화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장 독점은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해로울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0일 “드라이버들은 고객이 지불한 돈에 따라 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우버는 고객이 지불한 돈에서 일정 비율을 드라이버에게 지급하던 기존의 보수체계를, 드라이버가 주행한 거리와 시간에 따라 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이 방식이라면 고객이 아무리 많은 돈을 내도, 드라이버는 주행 거리만큼의 대가만 챙길 수 있다. 리프트 역시 2016년부터 고객이 낸 돈과 드라이버가 받는 보수를 분리시켰다.

승차공유드라이버연합의 벤 발데스는 워싱턴포스트에 “새 변화로 인해 일관된 수익을 얻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며 “임금 삭감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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