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침묵에…텍사스 ‘임신 중절 금지법’ 시행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수술 허용 기준 20주 → 6주
강간·근친상간 임신도 ‘불가’
바이든 “의료 접근성 훼손”
연방대법원 ‘보수 절대 우위’
‘법 중단’ 판단 내릴진 미지수

금지를 금지하라 미국 텍사스주가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 금지법을 시행한 1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오스틴 주 정부 청사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스틴 | AP연합뉴스

금지를 금지하라 미국 텍사스주가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인 임신 6주 이후 임신중단 금지법을 시행한 1일(현지시간) 여성들이 오스틴 주 정부 청사 앞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오스틴 | AP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에서 임신 6주가 지나면 중절 수술을 못하도록 해 사실상 임신중단을 금지하는 법률이 1일(현지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를 인정한 연방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요청에 대법원이 침묵하면서다.

미국 언론들은 텍사스에서 이날부터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점 이후 임신중단 수술을 못하도록 하는 일명 ‘심장박동법’이 시행됐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20주까지였던 금지 시기를 태아의 심장박동이 감지될 때인 6주로 대폭 앞당겼다. 사실상 임신중단 권리를 원천 금지한 것이다. 미국시민자유연합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임신중단을 선택하는 여성의 85~90%는 임신 뒤 최소 6주가 지난 이후 수술을 받고 있다.

텍사스의 새 법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따른 임신의 경우에도 중절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주 정부는 불법 임신중단 단속에서 손을 떼고 중절 시술 병원 등에 대한 제소를 100% 시민에게 맡겼다. 소송을 제기한 시민에게 1만달러(약 1160만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임신중단 권리를 찬성하는 이들이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텍사스 법률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못한 것도 이 법이 기존 ‘로 대 웨이드 판결’의 효력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태아가 임신부의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임신중단이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이후 이 판결을 근거로 임신중단 금지 시기가 20주 이전으로 정착됐다. 보수 진영은 이 판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계속했고, 임신중단 옹호 단체들은 소송을 통해 이런 노력을 무력화시켰다.

올해 들어서도 약 30개주에서 임신중단 금지 관련 법안이 도입됐고, 15개 주는 임신 6주 이후 중절 금지 법안을 추진중이다. 각 주의 임신중단 금지 법안은 모두 법원에 가로막혀 시행되지 못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면서 텍사스주의 법이 먼저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미국에서 임신중단 문제는 진보와 보수, 민주당과 공화당의 입장이 갈리는 대표적 이슈여서 논쟁도 격화할 전망이다. 임신중단 반대 단체 ‘생명 행동’의 창립자 리일라 로즈는 월스트리트저널에 “텍사스에서는 심장박동을 감지할 수 있는 모든 태아들은 임신중절 폭력에 의한 죽음으로부터 법적으로 보호를 받게 됐다”면서 “기본적 인권을 위한 역사적 조치”라고 말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의 이 극단적인 법은 주제 넘게도 거의 반 세기 동안 로 대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면서 “특히 유색인종과 저소득층 여성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텍사스 여성들에게 재앙을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연방대법원은 이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긴급요청을 기각한 것이 아니라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임신중단 찬성 단체의 법 시행 중단 요청을 받아들이면 법의 효력은 즉시 중지된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보수 6명 대 진보 3명의 보수 절대 우위 구도로 재편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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