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여대생, 미스 아메리카 대회서 '영예의 왕관’

박성진 기자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한 에마 브로일스가 16일(현지시간) 왕관을 쓰고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한 에마 브로일스가 16일(현지시간) 왕관을 쓰고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스무 살의 한국계 미국인 여대생이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뽑는 ‘미스 아메리카’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영예의 왕관을 썼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과 앵커리지 데일리 뉴스 등에 따르면 알래스카주를 대표해서 출전한 한국계 3세 미국인 에마 브로일스(20)가 미스 아메리카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국계 여성이 미스 아메리카로 뽑힌 것은 대회 100년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날 코네티컷주에서 열린 대회에서 미스 아메리카로 호명되자 “생각도 못 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우리 가족, 특히 한국에서 미국으로 온 조부모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가족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로일스는 미국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선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가 된 것은 이 대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며 “미스 아메리카 대회는 사회 변화와 더불어 놀라울 정도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대회에서 수영복 심사가 없어져 기쁘다”면서 “어떻게 보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로일스가 공개한 프로필에 따르면 부친은 백인, 모친은 한국계로 외조부모가 50여 년 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 정착했다.

그는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면서 “미국에는 정체성 문제를 겪는 이가 많은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미스 아메리카와 같은 위치에 오른 것은 정말 특별하다”고 강조했다. 브로일스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강박 장애와 연관한 피부질환을 얻었다가 이를 이겨냈던 과정을 공개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분열을 겪는 시기에 열린 마음과 공감, 포용력을 증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브로일스는 발달장애인 스포츠 행사인 스페셜 올림픽에 중점을 두고 미스 아메리카로서 활동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운증후군을 앓는 그의 오빠가 어린 시절부터 스페셜 올림픽 선수로 참가한 배경이 이런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소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브로일스가 솔직하고 당찬 대답으로 심사위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며 그의 우승을 이번 대회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미스 아메리카 대회를 후원하는 회사의 남성 임원이 성적인 접근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여성은 결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나를 그렇게 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브로일스는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는 애리조나 주립대 학생으로, 이번 대회에서 장학금 10만 달러(약 1억2000만원)를 부상으로 받았다.

미스 아메리카는 1921년 애틀랜틱시티 미인 대회로 시작했다. 이 대회는 시대 변화를 반영해 외모 자체에 대한 평가에서 벗어나 참가자의 리더십과 재능, 소통 능력에 초점을 맞춰 우승자를 뽑는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스 아메리카는 매년 미국 지상파 방송 황금시간대에 방영됐으나 올해는 NBC의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을 통해 생중계됐다.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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