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플로리다주, ‘게이 언급 금지법’ 시행 확정···진보 진영 “통과되지 말았어야 할 법” 비판

노정연 기자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8일(현지시간)‘부모의 교육권리법’에 서명하고 있다. 이 법안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 교실에서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수업과 토론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P연합뉴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8일(현지시간)‘부모의 교육권리법’에 서명하고 있다. 이 법안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 교실에서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수업과 토론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동성애 관련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명 ‘게이 언급 금지법(Don’t say gay)’ 시행을 확정했다. 해당 법안에 반대해 온 진보 진영에서는 법안 폐기를 촉구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에 따르면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날 유치원과 초등학교 1∼3학년 교실에서 성적 지향 또는 성적 정체성에 대한 수업과 토론을 금지하는 ‘부모의 교육권리법’에 서명했다.

공화당이 우세한 플로리다 의회는 학교 교사들이 아닌 부모들이 자녀에게 성적 취향이나 성소수자의 정체성에 관해 설명하게 해야 한다며 해당 법안을 추진해왔다. 지난 1월 발의된 이 법은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공화당은 부모들에게 자녀의 학교 교육과 관련해 더 폭넓은 통제권을 주고, 동성애 관련 주제는 가족끼리 논의할 문제로 남겨두기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안은 학부모들이 법을 위반한 교육구를 지역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이 법안은 성소수자(LGBTQ)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미국의 기본 정신에 위배될 뿐 아니라 성소수자들을 박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과 함께 전국적인 반대 시위를 불렀다. 성소수자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막아 공동체에서 이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미국 차별금지 활동가들을 비롯해 플로리다 학생들과 전국의 대학생들은 물론 백악관까지 나서서 ‘게이 언급 금지법’, ‘혐오 방조법’ 이라고 부르며 법 시행을 반대했다. 성소수자인 어린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쉬운 환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디즈니 출연자인 니콜라스 말도나도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부에나 비스타 호수에서 열린 직원 파업에 참가하면서 LGBTQ 문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디즈니 출연자인 니콜라스 말도나도가 22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부에나 비스타 호수에서 열린 직원 파업에 참가하면서 LGBTQ 문제에 대한 회사의 입장에 항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국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주가 입법을 마무리하자 진보 진영은 즉각 법안 퇴출을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키웠다.

플로리다주 주요 기업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디즈니사는 이 법이 통과되지 말았어야 했다며 주의회가 법을 개정하거나 법원이 법을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디즈니는 이날 규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법이 연방의회나 법원에서 퇴출당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할 것이며, 전국이나 주 단위 시민단체들이 이를 위해 싸우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주 올랜도 지역에서 약 8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디즈니는 해당 법안에 반대해 주 정부에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했다. 일부 디즈니 직원들은 밥 차펙 최고경영자(CEO)가 사전에 반대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에 항의하며 파업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플로리다주와 전국에 걸쳐서 모든 학부모와 학생들의 존엄과 평등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이같은 반발이 드샌티스 주지사를 보수 진영의 ‘전사적 인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드샌티스는 법안에 서명하며 “언론과 할리우드, 대기업이 뭐라고 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반대층의 비판)을 명예훈장처럼 달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는 이달 초 임신 15주(기존 24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 법까지 확정하며 ‘우클릭’ 행보를 강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법으로 드샌티스와 주의회 공화당 의원들이 플로리다주를 낙태와 동성애, 다문화주의, 인종주의 등을 둘러싼 미국 내 이념 갈등을 가리키는 ‘문화 전쟁’의 최전선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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