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노동자, 떠나지 않게 잡아라”…미국, 임금 상승률 25년 만에 최고

김혜리 기자

직장 옮긴 노동자 7.7% 올라

고용주들, 경쟁적 임금 인상

물가 잡으려는 연준은 ‘곤혹’

미국에서 고용주들이 떠나려는 노동자를 붙잡기 위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임금 상승률이 2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을 인용해 지난해 11월 기준 1년 동안 직장을 바꾸지 않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5.5% 증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연간 임금 증가율(3.7%)보다 높을뿐더러, 25년 전 연은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같은 기간 직장을 옮긴 노동자들의 임금 증가율은 7.7%로, 옮기지 않은 이들보다 더 컸다. 이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이직에 대한 유인이 그만큼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고용주들은 근속 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임금 인상에 나섰다. 고용시장 분석업체 ‘라이트 캐스트’의 수석 경제학자인 레일라 오케인은 WSJ에 “레저나 요식업 노동자 등의 경우엔 더 많은 돈을 주는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이직이 용이하다”며 “고용주들은 ‘이미 교육한 직원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임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 있는 브런치 전문 가맹점인 ‘페이머스 토스터리’는 주방 직원들의 임금을 1년 전보다 약 15% 인상했다. ‘페이머스 토스터리’의 마이크 세바즈코 사장은 “다른 회사 매니저들이 (우리 직원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식당 쓰레기장까지 찾아와 ‘시간당 2달러씩 더 줄 테니 나와 일하자’고 말하는 건 흔한 일”이라며 “다른 식당들처럼 직원을 쉽게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고 임금을 인상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대와 배치되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임금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 물가 상승률과 양립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말한 바 있다. 높은 임금이 물가를 자극하고, 고물가가 또 임금을 올리는 악순환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고용주들의 임금 인상이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설팅 기업 ‘머서 LLC’의 로렌 메이슨은 “많은 기업 임원들은 임금 인상을 상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WSJ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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