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가 반전 시위대 수백 명 체포···“경찰 과잉 진압” 비판도

윤기은 기자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에머리대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에머리대에서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을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미 전역 대학교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대를 강제 해산하려 진압 수위를 높였고, 시위 참가자 수백 명을 체포했다.

진압봉·후추 스프레이 이용 과격 진압···“경찰은 폭력 책임져야”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는 25일(현지시간)까지 미 전역에서 반전 시위로 5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오후 9시30분까지 미 전역 67개 대학에서 관련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 중 13개 학교에서 시위대가 체포된 것으로 집계했다.

같은 날 미 동부의 보스턴 경찰국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에머슨대에서 시위대 108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학생들이 체포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에머슨대는 이날 수업을 모두 취소했다.

현지 매체 WHDH가 보도한 영상에는 경찰이 진압 방패로 시위대를 밀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학생들이 서로 팔짱을 끼고 우산을 이용해 경찰에 저항하거나, 경찰들이 시위자들을 바닥으로 떠미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도 시위대 93명이 체포됐다.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은 체포 과정에 부상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남부 텍사스주의 오스틴대 캠퍼스에서는 전날 시위 관련자 34명이 체포됐다. 기마대를 포함해 대규모로 출동한 경찰은 진압봉을 휘두르며 학생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조지아주의 에머리대에서도 경찰이 시위대의 텐트를 철거하면서 물리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CNN은 경찰이 시위 진압에 후추 스프레이, 후추탄 등을 사용했다고 전했으며, 시위 주최 측은 “경찰에게 무차별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뉴욕대에서 시위대 133명이, 예일대에서 48명이 각각 경찰에 연행됐다.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대에서 경찰 등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대에서 경찰 등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각 대학 보안 조치 ‘강화’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뉴욕주 뉴욕시티칼리지 앞에 서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뉴욕주 뉴욕시티칼리지 앞에 서 있는 가운데 경찰들이 건물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각 대학이 시위를 해산하자 캠퍼스 안에는 농성장도 하나둘 만들어지고 있다. 각 대학은 경찰을 불러 농성장을 해산하고, 시위가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하려고 캠퍼스 내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

매사추세츠주 하버드대에서는 전날 전쟁에 반대하는 학생 모임 ‘하버드 학부 팔레스타인 연대위원회’에 대한 학교 측의 활동 금지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고, 시위대가 농성 텐트 14개를 설치했다. 다음 날 학교 측은 대부분의 학교 출입문을 잠그고 광장 진입을 차단하는 등 시위를 차단했다.

조지워싱턴대도 농성 시위대를 쫓아내기 위해 교내로 경찰을 불렀다. 엘런 M 그랜버그 조지워싱턴대 총장은 텐트를 친 시위대가 “과거의 일부 시위와는 달리 대학 공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여러 대학 정책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도 이날 오전 대학원생 2명이 농성 텐트를 치다가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텐트도 철거됐다.

시위대 수십 명이 체포된 USC는 다음 달 8월 열리는 졸업식에 통행권이 있는 학생들만 들어오도록 출입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최근 안전 문제를 이유로 무슬림 수석 졸업생 아스나 타바섬의 졸업식 연설을 취소해 학생들의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교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불을 붙인 요인으로 지목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반전 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설치한 텐트가 즐비해 있다. 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컬럼비아대 캠퍼스에 반전 시위를 벌인 학생들이 설치한 텐트가 즐비해 있다. EPA연합뉴스

반전 외치는 학생들···“과잉 진압” 비판 목소리도

2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에머리대 학생들이 반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에머리대 학생들이 반전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위에 나선 학생, 졸업생, 학부모, 교직원들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전쟁 관련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시위에서 “지금 당장 (가자지구) 점령을 끝내라”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각 학교를 향해서는 이스라엘에 무기를 공급하는 업체와의 거래 중단, 시위로 징계받거나 해고된 학생·교직원에 대한 사면 등을 요구했다.

공권력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자 이슬람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와 정치권 인사들은 “과잉 진압”이라며 경찰과 학교 측을 비판했다.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 조지아 지부는 성명에서 “에머리대에서 경찰이 과도한 무력과 최루탄·고무탄을 사용했다”며 “학교 측과 경찰은 현재 에머리 캠퍼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계인 민주당 소속 루와 로먼 조지아주 하원의원도 성명에서 “조지아주 순찰대가 테이저건과 가스 등 극단적인 폭동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은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었던 시위를 위험하게 확대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위험한 탄압이 계속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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