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내 민족주의 더욱 활개
테레사 자선 단체 자산 동결
기독교 행사 난입 등 폭력도
무슬림 향한 탄압도 거세져
힌두교도들이 크리스마스 행사장에 난입해 산타 모형을 불태우고, 정부가 테레사 수녀의 자선단체에 대한 해외 자금줄을 끊는 등 인도에서 힌두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도 내무부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사랑의 선교회’의 해외 자금 수령 허가증 갱신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사랑의 선교회는 테레사 수녀가 1950년 인도 콜카타에 설립한 자선단체로 극빈자, 고아, 한센병 환자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활동해왔다. 내무부는 해당 단체의 갱신 신청을 검토하던 중 “부정적인 자금 유입”을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하면서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기독교, 이슬람교 등 인도 내 소수 종교를 탄압하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강경 힌두교 단체들은 사랑의 선교회가 가난한 힌두교도들에게 돈, 무상 교육, 피난처를 제공함으로써 자선을 빙자한 개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비난해왔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마스엔 기독교도들을 공격하는 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인도 하리아나주 암발라에선 지난 24일 힌두교 강경파 무리가 크리스마스 저녁 행사를 진행하던 학교에 난입했다. 이들은 크리스마스 노래와 춤 그리고 성경 내용이 포함된 행사에 대해 “크리스마스를 축하한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개종하고 세뇌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하리아나주에선 지난 26일 그리스도 동상이 철거되고 교회가 파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지난 25일 우타르프레데시주에서는 우파 힌두교 무리가 미션 스쿨 앞에서 산타클로스 모형을 불태우기도 했다. 하리아나주와 우타르프레데시주는 모두 BJP가 집권하고 있는 곳이다.
가디언은 “이번 크리스마스 테러는 BJP 집권하에서 힌두교를 믿지 않는 소수민족에 대한 폭력의 최근 사례일 뿐”이라 전했다. 인도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박해구호’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9년 사이에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60%나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인도 전역에서 기독교인에 대한 공격이 300건 이상 일어났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기독교도뿐 아니라 무슬림에 대한 탄압도 거세지고 있다. 알자지라는 이달 초 인도 북부의 하리드와르에서 힌두교 강경파들이 무슬림들을 대량 학살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행사에서 한 연사는 “우리 중 100명만 군인이 되어 200만명의 무슬림들을 죽이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 극우 힌두교 단체 대표는 행사 참석자들에게 이슬람교와 싸우기 위해 “죽이거나 죽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