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일간 9억여명 투표, ‘세계 최대’ 인도 선거 시작…모디 ‘무난한 3연임’ 해낼까

김서영 기자
인도 북서부 메갈라야주의 한 오지 마을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투표소 바깥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북서부 메갈라야주의 한 오지 마을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투표소 바깥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민주주의’로 불리는 인도에서 44일 간의 선거가 막을 올렸다.

19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연방하원 의원을 뽑는 선거를 시작했다. 이번 선거는 전국 102개 지역구에서 임기 5년의 연방하원 의원 543명을 선출한다.

올해 투표 기간은 44일로, 거의 4개월 동안 이어졌던 첫 총선(1951~1952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길다. 39일이었던 2019년 총선보다도 5일이 늘었다. 이 기간 전국 105만여개 투표소에서 7차례에 걸쳐 투표를 진행한다. 이날과 4월26일, 5월7일·13일·20일·25일, 6월1일로 나눠 전국 지역구에서 순차적으로 투표를 실시해 6월4일 개표를 실시한다. 결과 역시 그날 발표될 전망이다.

투표 기간이 이처럼 긴 이유는 국토가 넓고 지형이 다양한 인도에서 모든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법적으로 모든 유권자의 주거지 1.2마일(약 2㎞) 내에 투표소를 보장하도록 돼있다. 외딴 마을에 사는 단 한명의 유권자를 위해 담당 공무원들이 300마일(약 482㎞)을 이동하고, 해발고도 4650m에 달하는 히말라야 고지대에 투표소를 설치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도 약 1500만명의 선거 담당 공무원과 보안 요원이 배와 말을 타고 사막과 산을 건널 예정이다.

올해는 약 30개국이 선거를 치르는 ‘선거의 해’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이번 인도 총선은 최대 규모다. 약 15억명에 달하는 인도 인구 중 약 9억6800만명의 유권자가 표를 던진다. 이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유권자 중 남성은 약 4억9700만명, 여성은 4억7100만명이다. 첫 투표에 나서는 이들은 약 1800만명이며 20대는 1억9700만명이다.

인도는 전자투표 방식을 따른다. 선거 제도 초창기 문맹인 유권자를 위해 정당 상징(그림)을 표기했던 전통이 아직 이어지고 있다.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은 연꽃,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는 손바닥을 상징으로 내세웠다.

인도 타밀나두주의 한 학교에서 18일(현지시간) 선거 공무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타밀나두주의 한 학교에서 18일(현지시간) 선거 공무원들이 투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선거에선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BJP는 지난 2019년 총선에서도 303석을 휩쓴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단순한 승리가 아닌 3분의 2 이상의 득표율을 목표로 내걸었다. BJP가 주도하는 연정 국민민주연합(NDA)이 하원 543석 중 399석(73.5%)을 차지하리란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오기도 했다. 의원내각제를 따르는 인도에선 543석 중 272석을 확보하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

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모디 총리는 3연임을 거머쥐게 될 전망이다. 모디 총리는 소속 BJP를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3선에 성공한 인도 지도자는 자와할랄 네루 전 총리가 유일하다.

2014년 정권을 잡은 이래 모디 총리는 연간 8%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집권 시기 인도는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됐다. 이번에도 그는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공언했다. 모디 총리는 빈곤을 철폐하고 인도를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인도의 빈부 격차가 깊어졌고 언론과 야당이 탄압받았다는 의혹은 모디 총리의 약점으로 꼽힌다. 인도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모디 총리 집권 이래 21단계 추락해 180개국 중 161위에 머물렀다. 또한 모디 총리는 힌두교 인구가 약 80%인 인도에서 힌도민족주의를 부활시켜 무슬림과 기독교도 등 소수 종교를 믿는 인구 집단과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을 차별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야권은 제1야당인 INC를 주축으로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을 꾸렸으나 구심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루 전 총리의 증손자 라훌 간디 전 INC 총재가 연합을 이끌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INC는 52석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찬드라추르 싱 힌두대 교수는 “(BJP를 흔들 수 있는) 이슈가 전혀 없는 선거는 아니다. 그러나 분열하고 약한 야당이 이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일부 유권자에게서 환멸을 불러일으켜 BJP가 앞서나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