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식민지’라고 비난하지만… 제3세계 “중국은 그래도 좋은 친구”

베이징 | 조운찬 특파원

넘치는 달러 아낌없이 주다가 결국은 기업 진출

중, 뿌리내리는 선심 외교 전략

“전 세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도 아프리카인들과의 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11월 원자바오 총리가 이집트를 방문해 한 말이다. 당시 원 총리는 카이로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 참석, 중국이 향후 3년에 걸쳐 아프리카에 100억달러 규모의 양허성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총리의 차관 제공 발언이 전해지면서 서방 언론은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중국이 2조달러가 넘은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 선심 외교를 하고 있으며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신식민주의’라는 공격도 제기됐다.

‘신 식민지’라고 비난하지만… 제3세계 “중국은 그래도 좋은 친구”

지난 24일 중국을 공식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제이콥 주마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나 중국과 남아공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킨다는 데 합의했다. 한국·중국 관계와 같은 수준으로 격상된 것이다. 주마 대통령은 다음날 인민대학 강연에서 “중국 기업의 아프리카 투자와 진출은 신식민주의가 아니다”라며 서방의 신식민주의론을 반박했다.

아프리카 교역은 매년 30% 신장

주마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제3세계 외교가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지난 10년간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의 교역은 연평균 30%씩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은 최근 40% 안팎의 급성장을 보이고 있다. 2008년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출액은 508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의 해외투자도 급속도로 증가해 2006년 176억달러(비금융부문)에서 지난해에는 433억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제3세계 진출은 최고지도자들의 적극적인 방문 외교, 차관 및 물자 공여 등을 통한 현지 민심 확보, 기업 진출 및 정부투자를 통한 경제적 국익 극대화의 3단계가 순차 또는 동시에 진행돼왔다. 후진타오 주석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프리카 말리, 세네갈, 탄자니아, 모리셔스 등 5개국을 순방한 데 이어 4월에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칠레 등 3개국을 돌았다. 원자바오 총리는 6월 말~7월 초 버마, 몽골 등 아시아 4개국을 순방했고 시진핑 부주석은 멕시코, 자메이카,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 라틴아메리카와 아·태 4개국 등 10개국을 돌았다. 순방국의 대부분이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에 쏠리면서 서방언론은 ‘에너지 싹슬이 외교’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에만 중국 최고지도부 9명이 방문한 국가는 모두 60여개에 달했다. 미국을 비롯해 어떤 주요 국가 지도자들도 따라갈 수 없는 보폭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점을 틈타 개도국에 대한 무상원조, 차관 제공을 확대하는 것도 중국 특유의 전략이다.

지도부는 작년 60여국서 ‘발품’

지난해 아프리카를 방문한 원 총리는 아프리카 빈국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은 콩고 브라자빌 등 아프리카 도시에 병원 30곳과 학교를 무상으로 건립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최악의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한 파키스탄에 1000억위안을 제공한 데서 보듯 제3세계에 인도적 지원 사업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의 제3세계 진출의 마지막 단계는 정부 투자와 기업 진출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극심했던 2008~2009년 중국 기업의 해외진출은 두드러졌다. 코트라 베이징사무소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 석유천연가스그룹이 케냐의 나이로비 석유수송라인 건설에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7개 업체가 아프리카의 대형 투자프로젝트 사업권을 따냈다.

“자원외교” 폄하엔 통계로 반박

서방은 중국의 제3세계 진출을 ‘자원 외교’로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하는 석유는 아프리카 수출 총량의 13%에 불과한 반면 유럽과 미국은 30%가 넘는다”며 반박했다. 코트라 베이징사무소의 박한진 부장은 “중국의 제3세계 외교에서 자원확보가 중요함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직접적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면서 경제발전 지원을 부각하는 중국의 전략이 상대국의 신뢰를 얻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