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주의에 빠진 중국에 ‘N세대’가 몰려온다

박은하 기자

빠른 경제 성장의 자긍심에

공산당 애국주의 교육 결합

불매운동·외신 공격하기도

국수주의에 빠진 중국에 ‘N세대’가 몰려온다

지난 3월 중국에서는 나이키, H&M 등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들 기업이 신장 지역 위구르족 인권탄압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동참해 신장에서 면화 등 원료 조달을 중단하자 중국인들이 반발한 것이다. 7월에는 허난성 정저우시에서 홍수를 취재하던 독일, 영국인 기자들이 주민들에게 취재를 저지당하고 온라인 괴롭힘을 당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9일 외국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중국에 비판적인 외신기자에 대한 공격의 배후에는 ‘N세대’가 있다고 보도했다. N세대는 내셔널리즘(nationalism)의 첫 글자를 딴 말로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보이는 청년 세대를 말한다.

SCMP는 28세 화학 연구원이자 23만 팔로어를 가진 파워블로거 장즈웨이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영국 BBC 같은 해외 언론에서 중국 비판 글을 찾아내 반박하는 게 그의 일과 후 주요 업무다. 그는 “나는 국수주의자가 되기로 선택했고 그것이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N세대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고무되고, 당국의 애국주의 교육에 영향을 받았으며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한다. 미국 등 서방국가와 중국의 갈등도 이들의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은 젊은 세대의 민족주의적 성향을 고무시켰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 문제를 주로 다루는 블로거 앨버트 양(39)은 “2005년 중국 경제가 2035년까지 일본을 능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했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5년 만에 현실이 됐다”며 애국심의 핵심동력으로 경제 기적을 언급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대응도 이들의 자긍심을 키웠다.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대부터 중국 공산당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한 것도 N세대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젊은이들은 이런 중국의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공산당은 중화 민족주의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고 있다. 미국 덴버대 조지프 코벨 국제연구학교 자오수이성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족주의가 증가하고 있지만 시 주석은 이를 성공적으로 흡수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켰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선전선동이 젊은 세대의 국수주의 부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특히 미·중 갈등 고조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도 민족주의를 부추겼다. SCMP는 “중국 지도부가 서방에 대한 중국의 분노를 표출하는 것과 함께 미·중 갈등이 악화되면서 극단적 민족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산층 해외유학파 젊은이들이 민족주의 열풍에 앞장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진찬룽 베이징인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10년 전과 달리 상당수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 외국 경험이 있다”며 “그들은 서방의 중국에 대한 보도에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국수주의 인식은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나타나고 있다. 외교당국자들의 거침없는 언사는 물론 시민들의 불매운동 등도 이에 해당한다.

N세대 부상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다. 위안난성 베이징대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말 왕이 외교부장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중국은 개방 확대를 지속하고 주요 국가와의 관계를 적극적이고 신중하게 다루며 국내 포퓰리즘의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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