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딸 백신 접종 후 숨져”···중국서 원인규명 요구한 엄마 구금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한 의료진이 중국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손에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의료진이 중국에서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손에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숨진 어린 딸의 사망원인을 밝히려던 40대 여성이 공안에 체포됐다. 공안은 당국에 딸의 죽음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탄원을 하려던 이 여성에게 ‘싸움을 선동하고 문제를 일으켰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국이 주로 반체제 인사들을 구금할 때 두루뭉술하게 적용하는 혐의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허난(河南)성 푸양시에 사는 장모씨(44)의 12살짜리 딸이 지난 8월10일 코로나19 백신을 1차 접종한 후 이틀 뒤 갑자기 중태에 빠졌다. 장씨의 딸은 보름쯤 지나 결국 병원에서 사망했고, 병원 측으로부터 딸이 패혈성 염증으로 인한 뇌 기능 장애로 사망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딸의 갑작스런 죽음이 석연치 않았던 장씨는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을 의심하며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다. 장씨는 또 지방당국이 사건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베이징까지 찾아가 중앙 정부 기관에 현지 관리들에 대한 민원을 넣기도 했다. 그는 결국 지난 15일 다시 베이징에 가서 탄원서를 제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공안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 가족은 다음날 공안으로부터 그가 “싸움을 선동하고 문제를 일으킨 혐의로 체포돼 구금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의 친구인 양모씨는 “지방당국이 장씨가 베이징에 탄원하는 것을 막으려 했고, 딸의 죽음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그를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며 “장씨가 결국 탄원을 강행하자 베이징에서 돌아오는 길에 체포해 구금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의 변호인은 “장씨가 딸의 죽음에 대한 병원 측의 설명을 납득하지 못했지만, 기존의 의학적 자료로는 백신 접종과 사망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었다”며 “재심사를 요청하고 회신을 기다리던 중에 구금된 것”이라고 전했다.

변호인들은 시기적 민감성 등으로 인해 장씨가 쉽게 풀려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11월 초 베이징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 때문에 지방 간부들은 사람들이 베이징으로 가서 탄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사망이 백신 접종과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매우 민감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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