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신청…미국과 디지털 표준 주도권 경쟁 예고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 캡쳐

중국이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에 가입을 신청하며 자국 디지털 질서의 외연 확장에 나섰다.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디지털 무역협정을 맺어 중국을 포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적인 디지털 표준을 주도하기 위한 미·중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DEPA 기탁국인 뉴질랜드에 정식으로 가입을 신청했다고 2일 밝혔다. DEPA는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칠레 등 3개국이 디지털 통상 규범을 정립하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체결한 디지털 무역협정으로 올해 1월 정식 발효됐다. 이 협정은 원활한 전자상거래, 데이터 이전 자유화, 개인정보보호 등에 관한 디지털 규범과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 9월 DEPA 가입을 신청해 현재 회원국과의 협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국의 DEPA 가입 신청은 전자상거래 등 디지털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관련 분야의 국제 규범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DEPA 가입 신청은 국내 개혁을 심화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는 방향에 부합한다”면서 “새로운 발전 구도에서 중국이 회원국과 디지털 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혁신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DEPA 가입 의사를 밝힌 뒤 “중국은 디지털 경제 국제협력을 중시한다”며 “디지털 경제의 건강하고 질서 있는 발전을 위해 각국과 힘을 합치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은 그간 세계 인터넷 질서와 거리를 둔 채 ‘갈라파고스’라 불릴 정도로 통제와 관리 위주의 독자적 디지털 질서를 형성해왔다. 중국의 인터넷은 이 때문에 만리방화벽이라 불리는 강력한 정부 통제 시스템 속에서 작동하고 있다. 당장 유튜브, 페이스북 등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도 보장되지 않는다. 때문에 각종 규제와 통제로 보호막 치기에 급급하던 중국이 태세를 바꿔 자국 디지털 질서를 세계 표준으로 밀어붙이려는 시도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런 행보는 미국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조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영향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과의 디지털 무역협정 체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DEPA를 그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중국의 DEPA 가입 신청은 미국 보다 한발 앞서 디지털 경제 분야의 개방과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통상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의 DEPA 가입 신청과 관련해 “외부 세계는 디지털 경제 분야가 미·중간 각축 분야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DEPA 가입을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단속에 맞설 수 있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 장이(張毅) 아이미디어 리서치 최고경영자는 “최근 몇년간 중국의 디지털 발전이 세계를 주도해왔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디지털 무역의 법적 틀이 없어 미국 정부가 틱톡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의 영역을 단속하려하는 등 관련 사업에 마찰이 있다”며 “무역이 점차 디지털화되는 상황에서 그것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통일된 규칙을 마련하는 것이 각국의 시급한 과제고, 중국의 DEPA 가입은 중국 기업의 디지털 사업 배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가입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은 지난 9월 CPTTP 가입을 신청했지만 가입 장벽이 높아 실제 가입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DEPA 3개 회원국은 CPTTP 회원국이며, DEPA 규정도 CPTTP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DEPA 가입이 CPTTP 가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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