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라면 대만 폭격”…중 당국 성토하는 중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

박은하 기자

대만 공격 암시한 자오리젠·후시진 맹공

“전쟁 현실적으로 봐야” 반전 메시지도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차량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AP연합뉴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차량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와 군, 언론 당국이 연일 쏟아낸 거친 발언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중국 당국의 대응이 약하다며 성토하는 극단적 민족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온라인에서 쏟아지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당국을 비난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예고했던 것에 비해 대응 수위가 너무 약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시 중국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오리젠(赵立坚)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을 언급하며 “외교부 대변인의 말은 그저 보통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대만을 폭격하지 않고 군사훈련에 그친 것은 약했다는 것이다. “기껏 물고기를 폭격하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인가”, “푸틴이라면 당장 대만을 폭격했을 것”이란 반응도 있었다. 비판 댓글이 많아지자 군사훈련 소식을 공유하는 위챗 댓글난이 닫히기도 했다.

“펠로시가 탄 비행기를 격추해야 한다”고 발언한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장의 웨이보 계정도 비난 댓글 일색이다. 한 네티즌은 “내가 당신이라면 대만 통일의 날까지 한 마디도 못 하고 숨어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면을 잃었다”, “위대한 민족이라니, 퍽이나”와 같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고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네티즌들의 공격적 분위기는 중국 당국이 조장한 측면이 크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대다수 중국인들에게 관심 있는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다 지난 1일 자오 대변인의 “중국은 가만 있지 않을 것 ”이란 발언이 소개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후 군 당국이 “전투태세”를 강조하며 올린 SNS 게시물은 수천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220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지닌 후 전 편집장의 발언은 네티즌들의 들끓는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중국이 군사적 보복을 감행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중국 당국이 동원하는 민족주의가 양날의 칼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 공산당은 1989년 천안문 사건은 사상교육의 실패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애국주의 교육에 힘을 기울여 왔으나 2000년대까지는 지식인들이 ‘과도한 애국주의’에 대해 경고 목소리도 냈다. 2010년대 들어 디지털 미디어에 능숙하고 외국에 대해 공격적으로 행동하는 열렬한 애국주의 성향 청년인 ‘소분홍(小粉紅)’이 출현했다. 시진핑 정권은 “애국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외국기업 불매운동 등 소분홍의 행동을 장려해왔다. 최근에는 소분홍이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온라인에는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쟁이 경제성장과 안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폴란드를 여행하고 돌아온 여행작가 저우쓰총은 위챗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한다”며 전쟁에 대해 현실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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