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시위’ 일주일, 베이징은 긴장감 속 고요한 주말…동력·명분 약화로 시위 잦아들어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이 지난 3일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이 지난 3일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중국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 일주일, 수도 베이징은 고요한 분위기 속에 다시 주말을 맞았다. 주말을 기해 시위가 재발할 가능성에 대비해 곳곳에 경찰 병력이 배치됐지만 시민들은 대체로 평온함을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3일 오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평소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몰리는 장소지만 추운 날씨와 코로나19 확산 여파 때문인지 인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대형 초상화가 걸린 톈안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시민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지만 일반 시민들보다는 순찰을 하는 경찰과 보안요원들의 숫자가 더 많아 보였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사망 이후 톈안먼 광장 한가운데 조기가 내걸린 것을 제외하면 거리에서는 특별히 그에 대한 추모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톈안먼 인근의 대표적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 거리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길거리 상점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부분 문을 걸어 잠갔고 일부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은 추위에 바짝 움츠러든 모습이었다. 대형 쇼핑몰들은 정상 영업 중이었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들은 많지 않았다.

‘백지 시위’가 벌어졌던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일대에 지난 3일 경찰차가 집중 배치돼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백지 시위’가 벌어졌던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일대에 지난 3일 경찰차가 집중 배치돼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시민들의 일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이날 버스와 택시를 타고 돌아본 베이징 시내에서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 차량이 도심 곳곳에 배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주일 전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경찰이 경계를 강화한 모습이 역력했다. 주말을 기해 도심에서 다시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지난달 27일 시민들의 ‘백지 시위’가 벌어진 차오양(朝陽)구 량마허(亮馬河) 인근에는 수십 대의 경찰차가 집중 배치돼 있었다. 하천 주변에 경찰 병력이 집결해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하지만 시위 직후와 달리 경찰은 시민들을 검문하거나 특별히 통행을 제한하지는 않았다. 시민들도 평온한 모습이었다. 하천 주변 산책로에서는 경찰들이 계속 순찰을 하고 있었지만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주말 오후의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지난달 말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듯했던 ‘제로(0) 코로나’ 반대 시위는 일주일 만에 급격히 잦아드는 형국이다. 베이징뿐 아니라 상하이 등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주말 사이 새로운 시위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당국이 시위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검열과 통제를 강화한 데다 방역 조치를 대폭 완화하면서 시위 동력과 명분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오는 6일 열리는 장 전 주석 추모 행사가 백지 시위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하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추모 열기가 새로운 거리 시위의 동력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당국은 장 전 주석 사망 이후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일반 시민들이 집결할 수 있는 오프라인 추모 공간은 만들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전역에서 무관용 코로나19 통제에 대한 시위가 터진 지 일주일 만에 당국의 두 갈래 전략으로 거리가 긴장 속 평온을 되찾았다”며 중국 당국이 엄격한 방역 정책을 완화하는 ‘당근’과 시위 현장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고 시위 참여자를 색출하는 ‘채찍’을 함께 동원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백지 시위’가 벌어졌던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주변 산책로에서 지난 3일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백지 시위’가 벌어졌던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 주변 산책로에서 지난 3일 경찰이 순찰을 하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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