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새 재정협약, 각국 딴죽에 ‘휴지조각’ 되나

심혜리 기자

법제화 등 난제로 전망 암울

유럽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주 유럽연합(EU) 26개국이 추진키로 합의한 새 재정협약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짙어지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재정협약 거부를 고려 중이라고 밝혀 무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주 영국을 제외한 26개국이 가까스로 새 재정협약 합의를 도출했지만 문제는 이들 국가가 각각 자국에서 재정협약을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유럽연합 지도부는 재정협약을 수용하는 데 의회비준이 없어도 된다고 밝혔지만 해당국 내에서는 ‘주권침해’ 이유를 들며 국민투표나 의회비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아일랜드의 야당 지도자들이 엔다 케니 총리에게 협약을 국민투표에 부치라고 요구한 사실을 전하면서 국민투표에 회부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전날 내년 프랑스 대선의 사회당 후보인 프랑수아 올랑드가 “재정협약을 재협상하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며 “협약은 지나치게 긴축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야당이 정부를 상대로 재정협약이 정확히 어떤 내용과 영향을 담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압력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아닌 국가에서 더 심했다. 이들 국가는 유로존과는 다른 조건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페트르 네차스 체코 총리는 13일 “현재 조약문은 텅 빈 종이조각일 뿐”이라며 “협약의 제목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아네르스 보리 스웨덴 재무장관은 “재정협약 조건을 계속 평가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로존과 같은 조건의 협력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비유로존 국가 가운데 적어도 4개국이 현재 재정협약 거부를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재정협약이 유럽연합 조약의 개정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이 아닌 정부 간 조약이라는 모양새를 띠게 된 것은 영국이 협약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조약을 고치려면 모든 회원국이 동의를 해야 한다. 신 재정동맹이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마저 재정협약이 국가 간 조약으로 강등된 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신 재정동맹이 정부 간 조약으로 추진되는 것은 내가 기대한 1순위 방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협약이 실현되더라도 취지대로 각국 재정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빠져나가는 게 더 수월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유사시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구제하려는 유럽연합 정상회의 합의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일본은 “우리가 돈을 내기에 앞서 유럽이 어떻게 더 노력할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일본은 다음 단계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Today`s HOT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아르메니아 국경 획정 반대 시위 불타는 해리포터 성
틸라피아로 육수 만드는 브라질 주민들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