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 내전 개입 시사…“미국, 흑해 군함 파견 검토”

김윤나영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내전 중인 동부 돈바스의 군부대를 격려 방문해 군인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돈바스|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이 8일(현지시간) 내전 중인 동부 돈바스의 군부대를 격려 방문해 군인에게 악수를 건네고 있다. 돈바스|EPA연합뉴스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내전에 직접 개입해 친러시아 반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 흑해 일대에 군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행정실 부실장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대규모 적대행위가 발생하면 “종말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충돌 규모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에 있는 러시아 시민들을 방어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군의 공식 파병 가능성을 열어놨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면서 양국의 군사적 갈등이 고조됐다. 돈바스 지역에서는 러시아어를 쓰는 분리주의 반군이 독립을 선포하며 무장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반군과 정부군 충돌로 2014년 이후 1만3000여명이 사망했다. 양측은 지난해 7월 휴전협정을 체결했으나, 최근 다시 무력 충돌이 잦아졌다. 반군은 이날 도네츠크 교외에 있는 한 마을에서 정부군이 쏜 박격포에 맞아 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정부군 1명도 반군에 숨졌다. 지난 석 달간 숨진 정부군은 25명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의 군부대를 찾아가 정부군을 격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 6일엔 “나토가 돈바스의 전쟁을 종결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말까지 러시아군 2만명이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이동했다면서 나토의 지원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 안으로 들어간 적은 없다고 반박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반군 지원을 공식화한 이유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을 통해 올해 의회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반군이 동부 지역을 확실히 점령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에 부족한 수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 러시아에 크림반도를 빼앗기자, 인근 댐을 가로막아 크림반도로 흘러 들어가는 수원의 90%를 차단했다. 푸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정책을 시험해본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전쟁으로 얻을 수 있는 비용이 이익을 초과할 수 있다고 악시오스는 덧붙였다. 서방국가들이 러시아를 견제하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CNN은 이날 미국이 몇 주 안에 흑해에 군함 여러 척을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관리는 CNN에 “미국 해군은 흑해에서 정기적으로 작전을 펴지만, 이런 군함 파견은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해군이 흑해 상공을 정찰비행하고 있다면서 “아직 러시아군의 공격적 움직임이 없지만, 상황이 변하면 즉각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에 투입한 러시아 병력 철수를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도발적 행동”이라고 말하는 등 러시아를 원색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에서 러시아의 공격 행위가 고조하는 상황이 점점 더 우려스럽다”라며 “러시아는 현재 2014년 이후 가장 많은 병력을 우크라이나 쪽 국경 지역에 주둔시켰고 이는 심각한 신호”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안보와 분쟁 해결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 위협을 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도 러시아 영토에서 러시아 군부대의 이동을 걱정해서는 안 된다”면서 “돈바스 분쟁은 러시아군이 한 번도 참여하지 않은 내부 갈등”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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