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은행 ‘비밀계좌’ 고객 3만명 공개…독재자·범죄자 등 포함”

박효재 기자

전 세계 46개 언론 공동취재

운용 금액은 129조원 넘어

독재자, 전쟁범죄 용의자, 인신매매범. 스위스 대형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비밀계좌를 이용해 온 고객 3만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미국 뉴욕타임스, 프랑스 르몽드 등 전 세계 46개 주요 언론 매체가 참여한 ‘조직범죄·부패 보도 프로젝트’는 20일(현지시간) 1년 전 내부고발자가 전달한 자료를 분석해 크레디트 스위스의 비밀계좌 고객 명단을 공개했다. 이 자료는 1940년대부터 개설된 계좌 정보를 대상으로 했다. 해당 기간 비밀계좌로 운용된 금액은 1000억스위스프랑(약 129조5900억원)으로 파악된다.

비밀계좌 고객 명단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수감된 홍콩 증권거래소 사장, 레바논의 팝스타 여자친구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이집트 억만장자 등 범죄자도 다수 확인됐다.

재산 축적 과정이 의심스러운 정부 고위 인사와 그 가족들의 이름도 포함됐다. 이집트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두 아들은 총 6개 계좌를 가지고 있었으며, 2003년 사용한 한 계좌에는 1억9600만달러가 예치됐다. 전 파키스탄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 아크라 압두르 라만 칸 장군의 세 아들도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었다. 칸 장군은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구소련에 맞서 싸웠던 무자헤딘에 미국 정부의 지원금 전달을 맡았던 인물이다.

크레디트 스위스 역사상 가장 악명 높은 비밀계좌 소유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부인 이멜다가 꼽힌다. 국고에서 100억달러(12조원)를 횡령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윌리엄 손더스’와 ‘제인 라이언’이라는 가명을 썼다. 취리히 법원은 크레디트 스위스와 다른 한 은행에 5억달러를 필리핀 정부에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해당 자료를 제공한 내부고발자는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 보장은 부도덕하다”며 “금융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구실은 스위스 은행들이 탈세자와 협력하는 부끄러운 일을 은폐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금융거래 법률이 달랐던 과거에 벌어진 일들로 지금은 대부분 폐쇄된 계좌”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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