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함대 상징 ‘모스크바호’ 침몰…러시아군의 진로 ‘중대변수’ 되나

박은하 기자

“화재” “격침” 엇갈린 주장 속

러군 무능 노출…심리적 타격

외부로 책임 돌려 공격할 수도

흑해 함대 상징 ‘모스크바호’ 침몰…러시아군의 진로 ‘중대변수’ 되나

러시아 해군 주력 부대인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 침몰이 러시아군과 지도층 내부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체면을 구긴 러시아군이 ‘외부의 적’으로 책임을 돌려 더 가혹한 공격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호가 전날 화재 폭발사고로 선체 일부가 파괴돼 수리를 위해 자체 전력으로 크름반도(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으로 향하던 중 거센 폭풍을 만나 침몰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승조원 일부가 구조됐다고 밝혔으나 피해 현황은 밝히지 않았다. 반면 우크라이나 오데사 당국은 지대함 미사일 넵튠2를 발사해 모스크바호에 침몰에 가까운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모스크바호는 오데사에서 120㎞ 떨어진 지점에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선 침몰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측 설명이 더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유가 뭐가 됐든 모스크바호 침몰은 러시아군에 심리적으로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흑해 함대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1783년 러시아 제국 시절 창설된 흑해 함대는 흑해, 아조우(아조프)해, 지중해를 주 작전 구역으로 한다. 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 해군과 러시아 해군으로 분할됐으나 대부분 전력은 러시아에 편입됐다. 러시아군은 2020년부터 흑해 함대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1979년 취역한 모스크바호도 지난해 대대적 개·보수를 거쳤다. 이번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점령하려는 러시아군의 후방 지원 역할을 맡고 있다.

흑해 함대가 ‘제국의 창’ 역할을 해 왔던 만큼 손실도 크다. 알레시오 파탈라노 킹스칼리지 런던대 교수는 “군함은 바다를 떠다니는 국토의 한 조각”이라며 “기함의 손실은 군사적 손실뿐 아니라 정치적·상징적 메시지가 두드러지게 된다”고 CNN에 전했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화재로 인한 선체 훼손이라고 하더라도 러시아 해군의 심각한 군기 해이나 함대 관리 부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군 당국은 군 내부 강력한 책임 문책 조치를 우선할 것이며 나아가 외부의 적으로 침몰 책임을 돌려 뼈아픈 손실을 만회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매체 보도에서 침몰 책임을 돌리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국영매체 리아노보스티는 루마니아 민간군사기업을 인용해 “오데사에 반경 200㎞ 내 흑해의 모든 선박 좌표를 확인할 수 있는 나토 비밀기지가 있다”고 전했다. 민간언론 네자비시마야가제타는 “모스크바호 사고로 우크라이나 도시 포격의 순간이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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