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대응’ 칼 뽑는 EU…녹색산업 보조금 요건 완화 검토

박효재 기자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제도 개편 필요성 언급

EU 단일시장 지키자는 취지…실제 실행은 미지수

자금력 풍부한 독일 위주로 시장 왜곡될 가능성도

‘IRA 대응’ 칼 뽑는 EU…녹색산업 보조금 요건 완화 검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사진)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맞대응하기 위해 EU 회원국들의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투자 위축을 막기 위해 녹색산업지원 관련 국가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EU는 IRA에 대항하기 위해 공공투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국가보조금 제도를 개편하고, 녹색기술 체제로 전환을 위한 추가 재정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EU 내 27개 회원국은 4300억달러(약 560조원) 규모의 녹색산업 지원 대책을 담은 IRA가 특히 친환경 산업, 자동차 제조업에서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유럽의 일자리를 대거 미국으로 흡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RA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면 관련 세금을 공제하고, 북미 지역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자동차 혹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세금 감면 혜택을 보장한다.

독일 녹색당 소속 로베르트 하벡 경제·기후 장관은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에너지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 혁신의 새로운 물결이 유럽에서 일어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을 주요 수출국으로 삼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와 부품업체들이 가장 큰 희생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 10월 독일상공회의소(DIHK)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기업 중 미국 투자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 비율은 39%로 유럽 시장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비율(32%)보다 높았다.

DIHK는 실제로 최근 자동차 제조업 분야에서 독일 기업의 미국 내 투자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EU 차원의 녹색산업 국가보조금 지급 요건 완화 방안은 유럽 공동의 위기에 대처하면서 EU 단일시장을 지켜내자는 의도에서 제시됐다. 하지만 EU 회원국 간 재정 여력에 차이가 있고, 미국 정부도 IRA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실제 실행에 옮겨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자금력이 풍부한 독일 정부의 추가 지출로 단일시장이 오히려 왜곡될 수 있어 또 다른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의 다른 회원국들은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00%에 달하는 등 예비 재정 대부분을 소진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회원국 간 국가보조금 경쟁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며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IRA가 주된 안건이 될 5일 미·EU 간 무역기술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을 향해 IRA 개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CBS 탐사보도 프로그램 <60분>과의 인터뷰에서 앞서 지난주 미국 방문 기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IRA를 수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 당시 “IRA 법안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는 예외로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FTA가 아니라 동맹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캐나다, 멕시코 생산 전기차처럼 EU 생산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IRA가 수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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