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대학살’ 등재 막은 게 자충수로…일, 사도광산 세계유산 신청 미루나

김혜리 기자

한국 “철회” 반발에 고심

‘반대국 있을 땐 심사 중단’

제도 개편 앞장, 발목 잡혀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조선인 강제 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 내부 모습. 연합뉴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노역을 강제당했던 사도(佐渡) 광산(사진)의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두고 일본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20일 다수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반발 등으로 내년에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심사에서 한 번 탈락시킨 후보를 다시 등재한 사례는 없었던 만큼 일본 정부는 등재 시도를 2024년 이후로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된 방침은 다음주쯤 정식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일본 문화심의회는 지난달 28일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 자민당 의원들은 “일본의 명예와 관련된 문제”라며 사도 광산 추천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이를 밀어붙인다면 한·일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니가타(新潟)현에 위치한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 당시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광산으로 쓰였고 이 과정에서 최대 1200여명의 조선인 노역자들이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강제동원됐다.

일본 측 공문서에는 귀국한 조선인 1140명에 대한 미지급 임금 23만1059엔59센이 공탁됐다고 기록돼 있다. 위험천만한 작업환경과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했다는 생존자의 구술 기록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사도 광산 세계유산 등록 추진을 두고 2015년 군함도(하시마·端島) 등재 때처럼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주도한 유네스코 제도 개편이 이번에 일본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네스코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시 반대하는 국가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대화를 하도록 지난해에 제도를 개편했다. 난징대학살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고자 했던 일본이 심사제도 변경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한국이 반대하는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일본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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