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철수 하루 만에 터진 ‘종파 갈등’

조홍민 기자

수니파 부통령에 체포영장

미군 철수 하루 만에 이라크에서 뿌리 깊은 이슬람 종파 갈등이 재연됐다. 시아파 출신 총리가 수니파 출신 부통령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수니파 부총리는 이에 맞서 현 총리를 “사담 후세인보다 더한 독재자”라고 비난해 해임안이 제출되는 등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9일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 정부가 시아파 경찰관과 정부관리 등 공무원들을 암살한 혐의로 타리크 알 하셰미 부통령의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였다. 이라크 국영TV 알 이라키야는 이날 알 하셰미 부통령의 경호원 3명이 “우리가 (시아파 관리들을) 테러했다”고 자백하는 영상을 내보냈다. 방송은 이들이 암살 한 건당 3000달러(약 345만원)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알 하셰미 측은 “자백은 물론 TV화면도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알 하셰미는 자신의 지지 기반인 쿠르드 자치정부 수도 아르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라크 동포에게 지은 죄(테러 행위 기도)가 없다는 것을 알라의 이름으로 맹세한다”고 주장했다. 알 하셰미는 이라크 당국의 영장 발부 하루 전 쿠르드 지역으로 피신하는 바람에 체포를 면했다.

말리키는 앞서 지난 18일 자신을 “후세인보다 더한 독재자”라고 비난한 수니파 리더인 살레 알 무트라크 부총리의 해임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날 이라크 의회 의석 중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니파 정당 연합은 “말리키가 권력을 독점하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파괴하고 있다”며 의회 등원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라크 의회는 내년 1월3일 해임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라크에서는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다수 시아파와 35%의 소수 수니파가 반목을 계속해왔다. 후세인 시절 권력을 독점했던 수니파는 후세인 축출 이후 시아파에 밀려났다. 미군 점령기에는 권력을 분점하며 세력 균형을 유지했지만 미군이 철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있는 것이다. 시아파는 후세인 집권기 박해를 받았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한 반면에 수니파는 미군 점령 이후 시아파의 세력이 커지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라크 상황 추이에 우려의 뜻을 표시했다. 조 바이든 부대통령은 21일 말리키 및 오사마 알 누자이피 국회의장과 전화통화를 하고 “총리와 주요 대표 지도자들이 만나, 의견 차이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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