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말리에 군사 반란…대통령 사임 발표

김윤나영 기자
아프리카 말리군과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수도 바마코에 있는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의 사저를 둘러싸고 있다. 군사 반란을 일으킨 군인들은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구금 중이다.   바마코|AP연합뉴스

아프리카 말리군과 시민들이 18일(현지시간) 수도 바마코에 있는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의 사저를 둘러싸고 있다. 군사 반란을 일으킨 군인들은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구금 중이다. 바마코|AP연합뉴스

세계 최대 빈곤국 중 하나인 서아프리카의 말리에서 18일(현지시간)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현직 대통령과 총리를 구금시켰다.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말리 대통령은 구금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만에 사임을 선언했다.

2013년부터 집권한 케이타 대통령은 최근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인 데다 고질적인 빈곤과 치안 불안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위대가 수개월째 민주적인 정권교체를 요구하던 중이었는데, 2012년 쿠데타가 일어난 지 8년 만에 또다시 군사 반란이 일어나 정국이 요동치게 됐다.

케이타 대통령은 이날 구금된 상태에서 국영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사임과 의회 해산을 선언했다.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케이타 대통령은 “내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피가 흐르기를 원치 않는다”면서 즉각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수도 바마코에서 15km 떨어진 카티 육군기지에서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이브라힘 부바카르 케이타 대통령과 부부 시세 총리를 체포했다. 카티 군기지는 2012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던 곳이다. 대통령 사저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서 총성이 울렸다. 일부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말리 국기를 들고 부부젤라를 부는 등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말리에서는 수개월간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었다. 야당 정치인인 수멜라 시세가 총선을 앞두고 납치당했고, 일부 유권자들이 투표를 방해받는 등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다. 결정적으로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31석의 국회의원 당선을 무효로 판정해 집권 여당 의석을 과반으로 만들어준 것이 시위에 불을 댕겼다. 케이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해산을 약속하고 지난 10일 새 헌법재판관 9명을 임명했지만,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다. 5년 임기를 보장받은 케이타 대통령은 2018년 대선 당시에도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렸다.

근본적인 시위의 원인은 민생 불안이다.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독립한 말리는 빈곤·부패·치안 위기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인구 대다수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고, 영아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전기·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치안마저 불안하다. 말리 북부와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에 IS와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가 활동 중으로 민간인들이 숨지고 있다.

말리에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2012년 3월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사디오 가사마 당시 국방장관이 카티 육군기지를 방문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자, 아마도우 사노고 대위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북부 반군 세력 진압에 투입되지만 무기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군인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우발적 계기로 생긴 군사 반란은 열흘 만에 군인들 스스로 내려오면서 끝났다. 이번 군사 반란이 조직적인지 우발적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케이타 대통령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고 19일 비공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열기로 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쿠데타는 결코 수개월째 말리를 강타하고 있는 극심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면서 “헌법의 원칙, 국제법, 인권을 지키면서 합의를 통해 성사되는 결과만이 말리뿐만 아니라 역내 불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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