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역주행, 안보는 ‘시소’…불확실성 더 커진 ‘술탄 시대’

김서영 기자

격랑 속 튀르키예 앞날

<b>지지자들에 당선 답례</b>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지자들에 당선 답례 재선에 성공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지지자들을 만나고 있다. UPI연합뉴스

세계 경제 ‘재집권은 악재’
“내년까지 환율 급등” 전망
초인플레 겹쳐 경제난 가중
국가 신용도 하락 가능성

노골적 친러시아 정책 강화
미국과 관계 불협화음 예고

튀르키예 대선 후 세계 경제 상황과 지정학적 위기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몰고올 불확실성으로 한동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초고물가에도 저금리 정책을 펴온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후부터 리라화 가치는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근심이 커지는 것과 반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장 크게 웃었다. 친러시아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에 푸틴 대통령은 “친애하는 친구여”라고 부르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9일 오전(현지시간) 리라화 가치는 달러당 20리라 안팎에서 움직이며 사상 최저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금융사 웰스파고의 이머징마켓 담당자인 브렌던 매케나는 CNBC에 2분기 말까지 달러당 23리라, 내년에는 25리라까지 환율이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이 세계 경제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정보업체 텔리머의 경제분석가인 하스나인 말릭은 “초인플레이션, 초저금리, 순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임 시절 물가 상승 우려 속에서도 성장률 제고를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면서 자국 통화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을 유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5년 동안 리라화 가치는 달러 대비 77%나 하락했다. 추락하는 리라화를 부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지난 1년 반 동안 2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하면서 튀르키예의 순 외환보유액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면 물가는 한때 85% 이상 치솟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재집권 후에도 이같이 비정통적인 경제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 “2년간 중앙은행이 금리를 19%에서 8.5%로 인하해왔으므로 인플레이션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튀르키예의 국가신용도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향후 5년 국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비한 보험 성격의 신용파생상품 신용파산스와프(CDS) 비용은 지난 14일 이후 급등해 최근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튀르키예 대선 결과를 놓고 미국 등 서방과 러시아는 희비가 엇갈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다음 임기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친러시아적 외교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튀르키예 대선의 또 다른 승자가 푸틴 대통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기조와 달리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도 어깃장을 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외교정책 변경을 시사한 바 없다. 푸틴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미국을 향해서는 격렬한 반미 감정을 드러냈다.

에르도안 정권의 수명 연장은 미국의 중동 외교, 대러 제재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튀르키예 분석가 갈리프 댈러이는 “에르도안은 서구의 지배가 유효하지 않은 단계로 세계가 나아갔다고 믿는다”며 “이는 미국과 미국의 경쟁자(러시아·중국) 사이 지정학적 균형에서 튀르키예가 얻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곡물협정을 중재한 것에 대해서도 “서방으로부터 ‘잘했다’ 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익을 우선시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 푸틴 대통령은 “친애하는 친구, 진심으로 축하한다. 양국 관계를 우호적으로 강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으로 협력하려는 기여를 높이 평가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반면 미국은 당장 흑해와 지중해의 연결로인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제하는 튀르키예를 통해 러시아를 단단히 봉쇄하려는 전략이 동력을 얻기 힘들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한다”며 “나토 동맹국으로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해 협력을 이어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럽의 안보 및 안정을 위한 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Today`s HOT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인도 스리 파르타샤 전차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시위대 향해 페퍼 스프레이 뿌리는 경관들 토네이도로 쑥대밭된 오클라호마 마을 페루 버스 계곡 아래로 추락 불타는 해리포터 성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