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로 마지막 퍼즐 맞춘 빈살만의 ‘비전 2030’ 프로젝트

손우성 기자

빈살만 “사우디,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

비전 2030 개혁 프로젝트 탄력받을 듯

‘개혁군주’ 이미지, 인권탄압 폐해 가린다는 비판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린 ‘빈곤 퇴치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정상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열린 ‘빈곤 퇴치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 정상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자 외신들은 일제히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사우디 경제와 사회를 개혁하겠다며 야심 차게 꺼내든 ‘비전 2030’ 프로젝트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다만 사우디의 고질적인 인권 탄압 등의 폐해가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 군주’ 이미지에 가려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랍권 매체 알아라비아 등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BIE 총회 직후 성명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통해 (사우디) 왕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사우디는 이제 주요 국제 행사를 개최하기에 이상적인 장소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어 “인류를 위한 더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엑스포는 오늘날 지구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그는 “엑스포가 열리는 2030년은 사우디 비전 2030에 명시된 목표와 계획을 실현하는 매우 중요한 해”라고 강조했다. 비전 2030은 빈살만 왕세자가 2016년 4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과 석유산업 의존도를 낮춰 민간 경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담아 발표한 거대 프로젝트다. 크게 ▲활기찬 사회 ▲번영하는 경제 ▲진취적인 국가 등 3대 영역으로 구성됐다.

빈살만 왕세자는 엑스포 유치를 비전 2030 성공의 열쇠로 보고 총력전을 펼쳤다. 외신들은 7년 후엔 빈살만 왕세자가 1935년생으로 고령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에 이어 왕위에 올라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2030년 엑스포는 비전 2030 선포식이자 일종의 대관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28일(현지시간)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축하하는 드론쇼가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28일(현지시간)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축하하는 드론쇼가 펼쳐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빈살만 왕세자가 권위주의 국가 지도자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사우디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며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이 마무리되는 해에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우디를 고립시키려는 일부의 시도를 권력과 돈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줬다”고 진단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또한 “빈살만 왕세자는 억압적인 석유 수출국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시도했고 그 중심에 2030년 엑스포 유치를 뒀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중동과 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엑스포라는 점에서 사우디와 빈살만 왕세자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사우디는 지난 몇 주 동안 수도 리야드에서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아랍 국가 정상들과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외교 활동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는 엑스포를 위해 2030년까지 78억달러(약 10조10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수도 리야드 엑스포 부지만 600만㎡에 이른다. 엑스포 표어 또한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로 함께’로 정하고, 기후 위기 대처·대체에너지 도입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석유산업 의존도 탈피라는 비전 2030 의미를 살릴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빈살만 왕세자는 엑스포 유치와 함께 비전 2030 일환으로 2018년 6월부터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고 여성의 콘서트와 영화 관람 금지 조처를 해제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엔 첫 여성 우주인을 배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앰네스티는 사우디 사형 집행 건수가 2021년 65건에서 지난해 196건으로 치솟았다고 지적하며 인권 탄압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인권단체는 지난주 파리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하는 사우디에 투표하지 말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비평가들은 2018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이후 빈살만 왕세자가 엑스포를 이미지 개선을 위해 활용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며 “일부 서방 지도자들은 여전히 카슈끄지 살해 배후에 빈살만 왕세자가 있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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