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느 정도로 반격할 것인가. 이란에 처음으로 본토를 공격당한 이스라엘이 향후 내놓을 대응 수위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까지 나서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애초에 주시리아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이란을 사태의 한복판으로 불러낸 것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였고, 이란이 “(영사관 공격) 문제는 결론이 났다”며 사실상 공격 종료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지느냐를 결정할 열쇠는 네타냐후 총리가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타냐후의 0순위는 정치적 생존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서방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이르면 15일 이란의 공격에 신속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에서도 대이란 보복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알자지라·가디언 등을 종합하면, 네타냐후 총리가 전쟁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국내 정치 입지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미국이 이스라엘을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으리라 기대할수록 대이란 공격 수위는 높아질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내우외환에 처했다. 이스라엘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공격에 뚫린 안보 실패 책임과 여전히 100여명의 인질을 되찾아 오지 못한 무능함에 대한 분노가 거세다. 국제적으로도 가자지구서 6개월 넘게 벌어지는 전쟁과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야기한 정치인으로 몰렸다. 공격 자제를 촉구하는 우방 미국과 확전을 주장하는 국내 강경파 사이에도 낀 처지다.
이런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란 공격’이란 선택은 자신을 중심으로 국내 정치를 결집할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
안드레아스 크리그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네타냐후에게는 승리의 이야기가 시급하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뭔가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알자지라에 밝혔다. 그는 “바로 이 때문에 그는 가장 확전 가능성이 높은 행위자다. 네타냐후는 정치적 생존을 위해선 항상 위험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6주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소속 리쿠르당에 대한 지지는 상승했는데, 여기에는 이스라엘이 북부 국경에서 헤즈볼라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상 작전을 실시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피라스 막사드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네타냐후가 ‘와일드카드’다. 이란과 미국은 각각의 이유로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막을 수 있나
또 하나 관건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제지하는 데 성공할 것인지 여부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손을 끝내 놓을 수는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반이란·반팔레스타인 공세에 힘이 실리리라 기대할 수 있다. 조슈아 랜디스 오클라호마대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궁극적으로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매우 장기간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나쁜 신호”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만하면 이긴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이스라엘을 설득했다고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거의 전부 막아냈으며 실질적인 피해도 적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미국은 이스라엘의 선택을 거부하지 않겠지만 어떠한 선택에도 동참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제 네타냐후 총리로선 자국과 다른 나라를 더 광범위한 전쟁에 휘말리도록 할 것인지,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미국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이스라엘이 ‘즉각적인 대응’을 접었다고 현지 채널12·채널13이 보도했다. 이때 바이든 대통령은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생각하라”고 촉구했다고 전해졌다.
이란은 지난 13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자폭 드론 약 170기·미사일 약 15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했다. 이는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었다. 양국이 직접적으로 무력 충돌을 빚은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이다. 공격 이후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성명을 내 “이 문제는 결론이 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추가 공격은 없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