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국 총리 관저 ‘다우닝가 10번지’에 입주한 쥐 잡는 고양이 ‘래리’가 근무 태만으로 퇴출 위기에 놓였다. 14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래리가 결정적으로 퇴출 위기를 맞게 된 것은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각료들이 관저에서 가진 만찬 도중 유유히 돌아다니는 쥐가 발견되면서부터다.
당시 캐머런 총리는 레인 던컨 스미스 영국 고용 연금 장관과 오웬 패터슨 북아일랜드 장관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고, 그 자리에 래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당시 캐머런 총리는 돌아다니는 쥐에게 포크를 던졌고, 포크가 빗나가자 곁에 있던 스미스 장관은 “래리는 도대체 필요할 때 어디에 가 있는 겁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이 사건으로 래리의 쥐 잡는 실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래리의 ‘쥐잡이’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때는 지난 4월로 총리실 내부 관계자들은 “래리가 관저에 숨어 있는 쥐를 놀라게 하는 일보다는 근무 중 낮잠을 자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리실 대변인은 “래리가 이제 그만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래리는 많은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은 과거 BBC가 관저를 배경으로 생방송을 진행하는 도중 큼지막한 쥐가 관저 정물 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장면이 두 차례 전파를 타자 쥐를 퇴치하기 위해 고양이를 입주시키는 방안을 추진했고 지난 2월 래리를 새 총리실 식구로 들였다.
래리가 들어오기 전에는 ‘험프리’라는 이름의 쥐 잡는 고양이가 1989년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부터 존 메이어 총리 때까지 관저를 지키는 임무를 수행했다. 하지만 1997년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부인 셰리가 고양이를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은퇴했다. 험프리는 당시 국무조정실로부터 연간 100파운드(약 18만원)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래리의 생활비는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인해 총리 관저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