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무너졌지만 SNS로 일어섰다…성폭행범 유죄판결 이끈 이집트 미투

윤기은 기자
이집트 여성들이 “아낫달라트르타하루시”(나도 성희롱을 당했다)라고 외치며 온라인상으로 2020년 일어난 이집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ssaultpolice 제공

이집트 여성들이 “아낫달라트르타하루시”(나도 성희롱을 당했다)라고 외치며 온라인상으로 2020년 일어난 이집트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assaultpolice 제공

“아낫달라트르타하루시”

‘나도 성희롱 피해자다’라는 뜻의 아랍어가 연쇄 성폭행범의 유죄 판결을 이끌었다. 이집트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성들을 유인하고, 이들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남성에게 징역 3년형이 내려졌다. 보수적 분위기로 성폭력 피해 호소 자체가 어려운 이집트 사회에서 성폭행 관련 피해가 재판으로 이어지고, 가해자가 징역형을 받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피해 여성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피해 사실을 고발했고, 이집트 여성들은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에 동참했다.

이집트 경제법원은 29일(현지시간) 2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음란물을 보내고,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아흐메드 바삼 자키(22)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자키는 2016년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을 만났으며, 피해 여성 중 한 명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미성년자 3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내년 1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알자지라는 재판에 회부된 건 외에도 자키의 성폭행 사례가 수십건 폭로됐다고 전했다.

이 사실이 공론화된 건 지난 7월이다. 여성인권단체가 운영하는 ‘성범죄경찰(@assaultpolice)’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키의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게시물이 올라온 것이다. “자키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보자고 불렀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성폭행을 시도했다” “가족이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자, 나를 홀로 다른 지역으로 이사시켰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성범죄경찰’은 7월 기준 100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이집트 사회 전반의 미투 운동으로 번졌다. 이집트 여성들은 온라인으로 ‘아낫달라트르타하루시(나도 성희롱 피해자다)’를 외쳤다. 자키의 ‘연쇄 성폭행’ 사건은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집트 수니파 무슬림 기구인 알아자르가 “침묵이 사회에 위협이 되고, 더 많은 위법으로 이어진다”며 성폭행 피해 신고를 독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집트는 2014년대에 이르러서야 성희롱이 불법화됐고, 최근까지도 피해 여성이 성적 규범을 어겼다며 처벌받는 경우가 잦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지난 5월 한 십대 소녀가 얼굴이 멍든 채로 자신이 강간당했다고 말하는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지만, 이집트 경찰은 오히려 ‘부도덕한 복장으로 SNS를 사용한 혐의’로 이 소녀를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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