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행복하다” 영상, 중국 조작으로 밝혀져

윤기은 기자
중국 당국이 제작·배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신장 위구르 관련 영상 일부. 이들은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자신들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에 의한 인권 탄압은 없다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중국 당국이 제작·배포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신장 위구르 관련 영상 일부. 이들은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자신들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에 의한 인권 탄압은 없다는 내용을 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쳐

“저는 신장 위구르에서 태어났습니다. 매우 행복하고 자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이 중국이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후 유튜브와 트위터에는 찍어낸듯이 비슷한 말을 하는 위구르인의 영상이 다량 올라왔다. 영상에 출연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내용과 더불어 폼페이오 전 장관을 비난하는 말을 쏟아냈다. 영상에는 모두 중국어와 영어 자막이 달려 있었다.

이 영상들의 제작 배후에는 중국 당국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뉴욕타임스와 미국 탐사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지난 2월1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올라온 영상 3000여건을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영상들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연관된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처음 배포됐다고 보도했다. 이 영상들은 이후 300개 이상의 유튜브와 트위터 계정으로 공유됐는데, 영상을 공유한 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대부분은 중국 당국의 선전 영상이 올라오는 계정이었다.

각 계정이 영상을 올리는 시간도 4분의3이 30분 이내 범위에 몰려 있었다. 이상을 감지한 트위터는 지난 3월부터 두달 간 위구르족 관련 영상을 올린 계정들을 정지시켰다. 유튜브도 뉴욕타임스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의심스러운 일부 계정을 삭제했다.

영상에 나오는 인물들은 신장인들에 대한 중국 당국의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여러 보고서 내용을 의식한듯한 발언을 했다. 한 여성은 농사를 짓고 있는 다른 여성들에게 “여러분 일을 강요하는 사람이 있나요?”라고 물어본다. 여성 옆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모두 “아니오”라고 답한다. 다른 영상에서는 한 중년 여성이 아들에게 “H&M은 신장 면화를 사용하면서도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기업이야. H&M은 나쁘지?”라고 물어본다. 아들은 단호하게 “아주 나쁘네”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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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유튜브와 트위터는 중국 정부의 초고속 선전, 선동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와 프로퍼블리카는 탐사보도팀이 감지한 선동 계정의 영상 조회수는 48만회 이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위구르족은 중국 소수민족으로, 수십년간 중국 분리 독립 운동을 벌여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위구르족을 강제 수용소에 가두거나, 이들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보복하고, 분리독립 움직임을 막아왔다. 수용소 안에서 위구르인은 강제노역과 집단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도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밝혀졌다. 이에 미국과 유럽국들 등 서방 국가들은 중국 고위 관리직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고, 강제노역으로 길러진 신장 위구르산 면화를 사용한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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