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더 이상 지구의 허파가 아니다"...네이처 논문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보다 많다"

윤기은 기자
지난해 8월16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 파라주 노보프로그레소 지역의 아마존 열대삼림이 불에 타고 있다. 노보프로그레소|AFP연합뉴스

지난해 8월16일(현지시간) 브라질 남부 파라주 노보프로그레소 지역의 아마존 열대삼림이 불에 타고 있다. 노보프로그레소|AFP연합뉴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다’. 교과서에서 보던 이 같은 정의는 더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은 이미 탄소 배출량이 흡수량보다 더 많은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마존이 능력을 잃었다는 것은 화석연료 배출량을 줄이는 과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는 엄중한 경고”라고 강조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4일(현지시간) 발간한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브라질 영토에 있는 아마존 산림인 ‘아마조니아 레가우’의 이산화탄소와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두 기체의 흡수량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가디언은 이날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화재로 인해 아마존에서 이산화탄소가 매년 15억t 발생했지만, 이중 삼림에 흡수된 것은 5억t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아마조니아 레가우의 대류권(고도 10㎞ 이하 상공)에 비행기를 띄워 기체 농도 데이터를 590회 수집했다.

연구팀은 벌목이 가뭄과 폭염, 화재를 불러일으켜 기후변화와 생물 다양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치아나 가티 박사는 “아마존 내부에서도 삼림 벌채가 30% 이상 이뤄진 곳은 20% 미만 이뤄진 지역 보다 탄소배출량이 10배 더 많았다”고 밝혔다. 아마존 동부 지역의 탄소배출량이 특히 증가했는데, 이 지역에서 벌목 면적이 급격히 늘어나 이전보다 고온건조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과학자들은 아마존 열대우림의 기능 상실에 대해 우려했다. 영국 UCL 사이먼 루이스 지리학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기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경고”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가티 박사는 “사람들은 토지를 농지로 전환하면 더 많은 경제적 생산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손해를 더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11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주 아푸이의 아마존 열대삼림이 불에 타 있다. 아푸이|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8월11일(현지시간) 브라질 아마조나주 아푸이의 아마존 열대삼림이 불에 타 있다. 아푸이|로이터연합뉴스

그간 시민단체와 연구기관들은 아마존 삼림 벌채의 주요 원인으로 소 목축과 콩 재배를 위한 개간을 꼽았다. 콩과 소고기 세계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은 지난해 전 세계 콩 수출액의 44.3%, 소고기 수출액 23.5%를 차지했다. 콩과 소 상당수가 아마존 산림을 농지로 바꾼 곳에서 길러졌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서울면적 30배에 달하는 1만7604㎢ 아마존 열대우림 면적이 사라졌다.

사업가들로부터 로비를 받으며 아마존 보호에 손을 놓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정부도 환경 파괴에 한몫 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2019년 돌연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이 조성한 ‘아마존 보호기금’ 운용을 중단시켰다. 이 때문에 29억헤알(약 6500억원)이 지금까지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브라질 정부가 삼림을 파괴하고 강에 유독물질을 흘려보내는 불법 광물업자들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지난 4월에는 올해 환경 관련 예산을 35%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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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우소나루 정부는 아마존 보호를 빌미로 외국 정부와 ‘거래’까지 시도하고 있다. 세계기후정상회의가 열린 지난 4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상당한 자원이 있어야만 삼림 벌채 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원보다 제재 방식으로 브라질을 상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독일 등 유럽 8개국은 브라질 정부 측에 환경을 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브라질산 제품 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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