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쿠오모 뉴욕 주지사 사퇴…혐의는 부인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다수의 직원들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다수의 직원들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아온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뉴욕|AP연합뉴스

성추행 혐의로 사면초가에 몰린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현직 보좌진 등 11명을 성추행 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지 일주일 만이다. 쿠오모 주지사는 그러나 성추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현재로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옆으로 물러나서 정부가 다시 통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실제 사퇴 시점은 2주일 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시 호컬 부지사가 후임 주지사를 맡아 2022년 1월까지인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전 보좌관 린지 보일런이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최초 폭로하고, 지난 2~3월 다수의 피해 여성들이 추가 폭로에 나서면서 성추행 스캔들에 휩싸였다. 쿠오모 주지사는 여성들과 가벼운 포옹과 볼키스 등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친근감을 표현한 것일뿐이라며 성추행 사실은 부인했다.

하지만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민간 법률가들을 위촉해 진행한 독립적인 조사에서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이 대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일 공개된 보고서는 쿠오모 주지사가 여성 보좌관을 관저로 불러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추파를 던지고, 외설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지사실 직원들이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전·현직 보좌관에게 보복 조치를 하거나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점도 확인됐다.

· 관련기사: 뉴욕 검찰 “쿠오모 주지사 성추행 사실…확인된 피해자 11명”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바이든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그가 속한 민주당 지도부는 그의 사퇴를 요구했고, 주의회에서도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압박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주의회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고 검찰이 잇따라 형사 기소 움직임을 보이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사퇴를 발표하면서도 자신은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조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험이 여전한 상황에서 뉴욕주 행정이 자신으로 인해 지장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오모 주지사가 사퇴를 발표하기 전 그의 변호인은 약 45분 동안 쿠오모 주지사의 행동이 불쾌감을 자아내거나 너무 친밀한 행위였을지는 몰라도 성추행은 아니었었다고 주장했다.

성추행 피해 사실을 최초 폭로했던 린지 보일런은 자신이 트위터에 “처음부터 나는 주지사에게 학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그는 마지막까지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비난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줬다”고 밝혔다.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해 봄 코로나19가 뉴욕을 강타했을 때 솔직하고도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브리핑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과학을 무시하고 코로나19의 위험을 경시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다수의 여성 직원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락으로 추락했다. 앞서 그는 요양원에서 사망한 코로나19 환자 통계를 축소해 공개한 사실도 드러나 코로나19 위기로 쌓은 신뢰와 명성에도 흠집이 갔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정치 명문가 출신인 쿠오모 주지사는 1983~1994년 뉴욕 주지사를 지낸 마리오 쿠오모의 장남이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냈으며 뉴욕주 검찰총장을 역임했다. 그는 2010년 말 뉴욕주 주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3선에 성공했으며 내년 11월 4선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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