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의 대가,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별세

김유진 기자

20세기의 대표적 지성인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6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92세.

E.O. 윌슨 생물다양성 재단은 27일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윌슨 교수가 전날 매사추세츠주 벌링턴의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29년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에서 태어난 고인은 앨라배마대에서 생물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56년부터 46년간 하버드대 교수로 재직했다.

윌슨 교수는 1950년대 생물학계에서는 주변부로 여겨지던 개미 등 곤충들의 행동에 대한 연구를 시작으로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석학으로 꼽힌다. 특히 찰스 다윈으로부터 시작된 진화론의 바탕 위에서 인간의 사회적 활동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시도를 통해 사회생물학을 창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현대의 다윈’이라고 불리는 것은 이때문이다.

윌슨 교수는 저서 <인간 본성에 대하여>, <개미>로 1979년과 1991년 각각 두 차례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명한 과학 저술가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사회생물학>, <자연주의자>, <생명의 미래>, <바이오필리아> 등 걸출한 과학 서적들을 집필했다. 그는 <사회생물학>에서 인간의 사회 행동을 새, 사자, 원숭이 등 동물들의 행동과 동일한 시각에서 분석했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벽을 넘어서 학문 간 통합과 소통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저서 <통섭>은 고인의 제자인 최재천 전 국립생태원장의 번역으로 국내에서 널리 읽히기도 했다. <통섭>은 <사회생물학> 이후 32년만에 나온 그의 최대 역작으로 꼽힌다. 최 전 원장은 통화에서 “윌슨 선생님은 ‘현대의 다윈’으로 불리는 학계의 아이돌과 같은 분이었지만 항상 누구에게나 겸손하고 따뜻했고 학문적 정열이 충만한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윌슨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개념과 중요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확산하는 데도 기여했다. 그는 대학 강단에서 물러난 뒤에도 기후변화 등 환경 파괴로부터 멸종 위기 생명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까지도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할 것”을 외치며 ‘지구의 절반’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인류세 3부작’을 펴내기도 했다.

미국 국가과학메달, 국제생물학상,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상이 수여되지 않는 분야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크러퍼드 상을 수상했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7일 92세로 타계했다. 사진은 10월21일 매사추세즈주의 렉싱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윌슨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7일 92세로 타계했다. 사진은 10월21일 매사추세즈주의 렉싱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윌슨 교수.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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