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도 세계는 ‘분쟁 중’... 포린폴리시가 예상한 2022년 세계 갈등 지도

김혜리 기자

미국 의회의사당 난입사태, 에티오피아 대학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 패권경쟁 등 2021년은 온갖 갈등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우크라이나나 대만에서의 국지적 충돌은 강대국들이 개입해 더 큰 분쟁으로 번질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직접 총칼을 맞대고 싸우지 않더라도 수많은 민간인들이 이러한 분쟁에 휘말려 실향민이 되거나 기근과 질병에 희생됐다. 수년간 계속돼온 싸움으로 내년에도 인도주의적 위기가 끊이지 않으리라고 예측되는 곳들도 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29일(현지시간)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내년에 갈등이 두드러질 격전지 10곳을 선정해 소개했다.

최근 대만은 미국과 중국 간 패권싸움의 격전지로 떠올랐다. 올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면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수차례 진입하며 대만 압박에 나섰다. 이에 인도·태평양 안보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은 대만 방어를 지원하겠다며 맞대응했다. 미국은 대만과 군사·경제 등 다방면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등 대만과 밀착하는 모습도 보였다. 미국의 연방 의원들이 미·대만 관계나 지역 안보를 논의하기 위해 대만을 수차례 방문하자 중국은 이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당국에 “미국을 활용해 독립을 도모하려는 행위는 죽음의 길”이라며 경고를 날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미국을 위시한 서방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두고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친서방 행보를 보이는 우크라이나와의 국경 지역에 10만여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이에 나토도 4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의 전투준비태세를 높이며 대응했다. 주요 7개국(G7)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다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경고에 나섰다.

지난 2014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이 나타나자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바 있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금지해 나토의 동진(東進)을 막으려 하고 있다. 과거 행적에 미루어 본다면 내년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회담에서 이란 협상팀 대표인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AFP연합뉴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이란핵합의(JCPOA) 복원 회담에서 이란 협상팀 대표인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부 차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회담장을 나서고 있다. | AFP연합뉴스

올해 초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란핵합의(JCPOA) 복원을 주요 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했지만 최근엔 복원 실패 시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며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는 회의론이 퍼지면서다.

한편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협상이 실패할 경우의 대안에 대해 이스라엘을 포함한 동맹과 논의 중이라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핵 협상이 끝내 결렬될 땐 이란 핵시설에 대해 군사적 타격을 불사하는 대안까지 고려하겠다고 거론한 바 있다.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우려되는 건 이란뿐만이 아니다. 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유엔은 “전면전”을 경고했다. 지난 4월 라마단 기간에 동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주민 간 싸움이 화근이 됐다. 그 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백개의 로켓을 날리며 공격을 가했고, 이스라엘 군도 전투기를 출격하며 보복 공습에 나섰다. 11일간 계속된 싸움으로 2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전쟁과 가뭄으로 인한 실향민들을 위한 임시 진료소 앞에서 아이들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전쟁과 가뭄으로 인한 실향민들을 위한 임시 진료소 앞에서 아이들을 안고 기다리고 있다. | AP연합뉴스

지난 8월 이슬람 무장조직이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인도주의적 재앙에 부닥치게 됐다. 탈레반의 공포정치에 장기간의 가뭄·코로나19·외환보유고 동결·공공재정 붕괴 등의 요인들까지 합쳐졌기 때문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 9월 “아프간의 빈곤율은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집계 이래 최악의 기아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1400만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이번 겨울에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22일 국제 원조에 한해 아프간에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자격을 발급하며 아프간에 인도적 지원을 허용키로 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동부 카야주 프루소 마을 부근에서 민간인 30여명을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동부 카야주 프루소 마을 부근에서 민간인 30여명을 총살한 뒤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AP연합뉴스.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키며 집권한 미얀마 군부는 반군 세력과 민간인을 대상으로 유혈 탄압에 나섰다. 미얀마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 1일을 기준으로 쿠데타 이후 시민 1300명이 살해됐으며 7668명은 구금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미얀마 내 분쟁은 엄청난 인적 손실을 초래했다. 다국적 기업들이 미얀마에서 철수하면서 일자리가 사라졌고, 은행·공공기관·병원 노동자들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면서 파업에 나서며 사회 시스템은 사실상 무너졌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내년 미얀마 인구 절반 가까이 빈곤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 개혁이 시작된 2005년 이후 볼 수 없었던 빈곤수준으로 회귀할 것”이라 밝혔다.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 아이가 후티 반군과 정부 간 싸움으로부터 도피한 난민 수용소 내 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 예멘 아이가 후티 반군과 정부 간 싸움으로부터 도피한 난민 수용소 내 센터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AFP연합뉴스

예멘은 지난 2014년부터 시아파 이란이 후원하는 후티 반군과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정부군과의 내전에 시달려왔다. 7년간의 전쟁으로 사망자만 37만7000명에 달하고 현재 예멘 인구 3000만명 중 약 2000만명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예멘 내전의 최대 격전지는 중북부에 위치한 마리브주로, 올해 상반기 예멘에서 내전으로 사망한 1만명 중 44%가 여기서 숨졌다. 국제분쟁 연구기관 국제위기그룹(ICG)은 지난 10월 후티군의 마리브 점령이 임박했다며 “마리브 함락으로 예멘 내전은 종식이 아닌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고, 잠재적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 8월20일(현지시간) 아이티 레스 케이즈에서 사람들이 보금품을 받기 위해 모여있다. 지난 8월14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최소 2189명이 사망하고 1만2268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 게티이미지

지난 8월20일(현지시간) 아이티 레스 케이즈에서 사람들이 보금품을 받기 위해 모여있다. 지난 8월14일 지진이 발생한 이후, 최소 2189명이 사망하고 1만2268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 게티이미지

아이티는 갱단이 연료망을 장악할 정도로 심각한 정치위기에 처한 와중에 지진 등 자연재해까지 더해져 2022년도 암울한 미래가 예상되는 곳이다. 지난 7월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은 사저에 침입한 무장괴한에 의해 암살됐다. 8월엔 지진으로 남부 지역이 크게 파괴됐다. 갱단이 거의 장악하고 있는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선 납치가 자주 발생해 국제 구호 활동을 방해할 정도다. 지난 10월 포르토프랭스 일대 갱단은 연료를 볼모삼아 아리엘 앙리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는데, 이로 인한 연료난으로 도시가 마비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중앙정부와 북부 티그라이 지역정부(TPLF) 간 권력다툼으로 시작된 에티오피아 내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내전이 장기화되면서 민간인 학살, 인종 청소, 성폭력 등 반인도적 범죄들이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다. 북부 지역에서만 최소 40만명이 기근에 처했고 200만명 이상이 피난을 떠났다.

아프리카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으로 인한 내전으로도 몸살을 앓는 중이다. 부르키나파소 등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주변 사헬 지대 국가와 모잠비크에선 이슬람 급진주의와 관련된 전투로 인해 유혈사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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