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지역 작전 중 알자지라 기자 총격 사망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팔레스타인인들이 11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제닌 작전 현장을 취재하다 총격으로 사망한 알자지라 소속 기사 시린 아부 아클레를 추모하는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인들이 11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군의 요르단강 서안 제닌 작전 현장을 취재하다 총격으로 사망한 알자지라 소속 기사 시린 아부 아클레를 추모하는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군의 수색 작전을 취재하던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의 유명 여성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51)가 11일(현지시간) 총격으로 사망했다. 알자지라와 현장에 있던 동료 기자들은 아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측은 아부 아클레의 사망 원인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총기 난사 때문일 수 있다고 밝혔다가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발 물러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새벽 서안지구 북부 도시 제닌 난민캠프 인근에서 아부 아클레가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아부 아클레 사망 당시 이스라엘군은 난민캠프에 근거지를 둔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대한 수색 작전을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명령에 따라 진행된 예비 부검 결과 아부 아클레의 사인은 머리 부분 총상으로 지목됐다. 부검을 수행한 팔레스타인 법의학 연구소 라얀 알 알리는 총탄이 변형돼 있다면서 누가 총격을 가했는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팔레스타인 당국은 목격자 증언 등을 토대로 그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우리 동료를 의도적으로 겨냥했고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언론인으로 아부 아클레를 돕는 프로듀서였던 알리 사모디는 이스라엘군에게 현장에 자신들이 있음을 미리 알렸다면서 사건 당시 해당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모디도 등에 총격을 받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알자지라가 공개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아부 아클레는 도로변 벽 옆에 쓰러져 누워 있었고, 다른 동료 기자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한 남성이 앰뷸런스를 불러줄 것을 외치는 가운데 총격 소리가 들렸다. 기자들은 모두 ‘언론(Press)’라고 적힌 푸른색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다.

시린 아부 아클레의 생전모습. 알자지라EPA연합뉴스

시린 아부 아클레의 생전모습. 알자지라EPA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군인들을 향해 총을 쏘고 폭탄을 던졌기 때문에 응사했다면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자 피격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간츠 장관은 아부 아클레의 사인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팔레스타인 측의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팔레스타인 법의학 팀에 부검에서 회수된 총탄을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간츠 장관은 사건 당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으로부터 무차별 총격을 당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사건 당시 촬영된 것이라면서 공개한 보디캠 영상에서는 격력한 총격 소리가 배경에서 들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알자지라의 베테랑 기자로 팔레스타인 지역을 무대로 활동해온 아부 아클레 사망 사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아랍 국가들 사이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부 아클레의 고향인 동예루살렘과 서안 지역 등 팔레스타인과 아랍권에서는 아부 아클레를 추모하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스라엘군은 그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지역에서 취재 중인 해외 언론인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고, 국제형사재판소 등으로부터 전쟁범죄 혐의를 받아 왔다. 이스라엘 측은 스스로 자국군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스스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전쟁범죄 수사에 대한 협조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동예루살렘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계 언론인으로 미국 시민이기도 한 아부 아클레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도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아부 아클레의 죽음은 끔찍한 사건이라면서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인권사무소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독립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한다”면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일이 더이상 계속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부대변인은 “독립 언론을 공격한 데 대한 조사와 책임 있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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