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북한에 코로나 백신 지원 제안했지만 답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미국이 북한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제안했지만 북한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백신 제공 의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날 의향이 있다면서도 김 위원장의 진실성과 진지함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환자 대량 발생 사실을 공개한 북한에 코로나19 백신을 지원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도 백신을 제안했으며 즉각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미국이 지난주 국제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같은 기존 채널을 통해 이 제안을 북한에 전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백악관 당국자가 미국의 대북 백신 지원은 코백스 같은 현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질 것이며 백신 할당량도 코백스가 결정할 것이라고 보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에 먼저 백신을 제공한 다음 북한으로 옮기는 방안도 제안했다면서 북한은 현재 외부의 모든 백신 제공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북한이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공식화하기 전부터 북한에 대한 백신 지원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북한 지도자와 만날지에 대해선 그가 진실하고 진지한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진실성과 진지함의 기준에 대해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앞서 스스로 한 비핵화 약속을 진지한 자세로 이행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위싱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김 위원장과 만날 의향을 묻는 질문에 비핵화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확연하게 달라진 대북 접근법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면서 비전통적 외교 스타일을 추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실무협상을 통해 축적된 신뢰를 바탕으로 접촉 레벨을 높여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의 복귀를 천명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이 북한이 반발해온 연합군사훈련의 확대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미국이 여전히 주한미군 2만8500명을 한국에 주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고,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연합군사훈련 확대에 합의했다고 비교했다.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전략은 트럼프식의 현란한 보여주기 외교와는 동떨어져 보인다”면서 북한 지도자와의 악수나 ‘러브레터’를 열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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