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자포리자 원전에 보호구역 설정해야”…우크라 “지지”, 러 “잘 모르겠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태운 유엔 차량 행렬이 러시아군 호송 대열과 함께 원전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 보호구역을 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IAEA 전문가로 구성된 자포리자 원전 사찰단은 지난 2일부터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원전 시설의 물리적 무결성을 유지하면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보호구역 설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당사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상태에서 일부 제한된 우크라이나 직원이 원전을 운영하고 있어 직원들이 높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를 줄일 적절한 작업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AEA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전을 벌이면서 원전의 외부 전력 공급 장치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외부 전력에 의존하는 원전 내 냉각 시스템이 손상될 경우 ‘멜트다운’(원자로 노심용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달 5일 이후 잇따른 포격 사태로 방사성 물질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원전 보안 전문가로 구성된 사찰단 14명이 지난 1일 자포리자 원전에 도착해 사찰을 진행했다. 현재 사찰단 중 2명이 상주하면서 현장 상황을 IAEA에 보고하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전날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포격으로 인한 화재로 6개 원자로 중 마지막으로 가동 중이던 원자로가 전력망에서 차단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가 임명한 에네르호다르시 정부는 우크라이나 포격으로 원전 주변의 전력선이 손상돼 일시적인 단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IAEA의 보호구역 설정 제안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원전 영토의 비무장화를 목표로 한 것이라면 우크라이나는 보호구역 설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 참석 후 기자들에게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안전을 어느 정도까지 증진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